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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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를 좋아했다.

부드러운 꽃송이 같은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요정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대 한 편에 서 있는 후원자의 모습이, 

지친 발레리나들의 현실이 더 눈에 보인다.

과연 드가는 인상주의일까?


인상주의라고 하면 교외 지역에 나가서 자연을 그리는 화가가 생각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드가가 살았던 19세기는 격동의 시대였다.

왕권주의와 공화정주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그리고 사실주의, 사진과 회화의 격동이 있었다.

공화정이 지고 왕권주의가 공공해지자 귀족들이 모이는 살롱 내 보수성이 증가할 게 뻔했다.

살롱이 아닌 곳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자는 사람들이 우리가 말하는 인상주의이다.

사진이 발명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이 회화의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화가들은 사진과 다른 차이점을 찾아야 했고 자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드가는 도시와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림 속 도시는 이미 인생을 관통하는 의미도 인물의 연기나 자각도 없다.

그저 일상을 다루고 있다. 이는 낭만주의적 성향이 강했던 마네의 영향 때문이다.

젊은 드가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그리고 사실주의 속에서 헤메고 있었다. 

그러나 1870년 인상주의 모임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색이 확고해졌다.

살롱에서 벗어나 전시회를 연다는 점에서 그는 인상주의다.

스스로는 사실주의 화가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드가는 몽황적인 풍경 속에 비릿한 현실을 잘 넣는다.

자연에서의 연속성을 다루는 일부 인상주의 화가와는 다른 방향성이었다.

한순간 움직임을 인물보다는 행위와 분위기를 중시했다.

예를 들자면 드가가 그린 발레리나 중에 유명한 그림인 <에투알>이 있다.

위에서 발레리나를 보는 듯한 그림은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커튼 근처에 검은 옷을 입은 후원자를 보기 전까진.

당시 발레리나들은 최하층 계급이 많았고 보수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후원자와의 은밀한 관계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모습 뒤에 현실을 불어넣는 드가는 사실주의였다.


발레리나의 환하고 요정 같은 분위기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몽환성과 현실성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림이 충격이었다.

아쉬운 마음도 들고 내 동심도 날라간 책이었지만 

드가가 살았던 시대, 영향을 준 사람, 그림의 변천사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어린아이의 단편적인 시각이 아닌 어른으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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