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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 교하들판 새들의 이야기
황헌만 지음 / 소동 / 2022년 10월
평점 :
교하 들판은 한강과 임진강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파주시, 김포시, 북한의 개풍군이 카메라의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곳. 이곳을 흐르는 공릉천(교하강) 주변에 큰 들판이 있고 논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내기가 시작되면 땅속에 사는 곤충과 수생동물이 땅 밖으로 나오고 백로, 왜가리, 황로들은 풍부한 먹이들로 바빠진다. 모내기 철이면 교하 들판과 교하강에는 많은 새들이 날아오게 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황헌만씨는 15년 가까이 공릉천 하구를 카메라에 담았고 그 결과물로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라는 책을 출판했다. 교하 들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사진으로 담겨있는데, 자연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나는 사진으로 만나는 새들의 모습을 보고 새들의 이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백로나 고니(백조)는 실제로 본 적 있지만 저어새나 재두루미(두루미는 우리말로 학)는 사진사의 수고로움 덕분에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학춤의 모티브가 된 재두루미의 목을 길게 빼고 구애 노래를 하는 동작은 사진으로 만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는 580여종의 새가 있고 공릉천에서 157종이 관찰되어진다. 그런데 교하에 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이후로 사진작가는 더 이상 재두루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글을 남겼다.

미국에서 만난 탐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직후 파주에서 군인으로 근무했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고 파주에 대해 얘기하셨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새들이 날아다니는 파주의 모습은 자신이 생전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속으로 '할아버지가 몰라서 그렇지 1950년대 한국은 어딜 가도 아름다웠을 거예요'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할아버지가 본 파주가 바로 교하가 아닌가 싶었다. 눈 앞에 북한이 보인다고도 했으니까. 이제 이 곳이 많이 개발되어 탐 할아버지는 한국을 방문해도 예전의 기억 장소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견해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