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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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단편집을 출간하고 작가의 말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 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입니다.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합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소설 모음이란 생각보다는 한 주제를 여러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양한 과자가 모인 과자 상자라기보다는 하나의 본성을 가진 여러 색의 사탕이 한 주머니에 들어있는 이야기라는 작가의 표현 그대로였다.



일본 여성의 근원적인 고독. 미혼이든 기혼이든 결혼이라는 형식을 취했든 거부했든 어떤 형식으로 살더라도 외롭고 사랑에 고픈 여성들의 이야기.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적 고독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영원한 사랑이 없고, 완전한 사랑이 없지만 자신만의 사랑은 아름답고 완벽하기를 바라는 여성들이, 사회와 문화 속에서 절대로 그러한 사랑의 고지에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을 느껴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가슴 아프면서 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시호'와 '히로키'는 이혼을 하기로 결심한 상태지만 시댁 가족에게는 비밀로 한 채 시누이 아이의 돌맞이 가족 식사 행사에 참여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시호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를 물어보니, "당신한테는 미안하지만, 나 저 사람들 정말 싫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울지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아... 저 감정,...' 나도 경험해 본 익숙한 저 감정이 갑자기 올라왔다. 답답하고 불편한 순간들의 기억. '나 저 사람들이 싫어'라는 말은 시호가 이혼을 결심했기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젊은 날 정말 내뱉고 싶었던 말이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이 시호를 통해 표현될 때 문학적 공감을 경험했다.


결혼 생활을 잘 지탱하고 있는 '미요코'는 기억에 남아있는 과거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백화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가족을 챙기는 모양새를 취하다 보니 쇼핑 물품이 가득하지만 과거의 사람을 기억해 내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곳이 바로 백화점이었다. 혼자서 레스토랑에 앉아 음식을 먹는 자유와 낭만도 가족을 위한 포장 음식을 기다리는 명분을 만들어야만 누릴 수 있었다. 기혼 여성의 가족을 향한 헌신은 사회적 기대이고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는 삶이 오히려 자신을 힘들게 하고 생쥐처럼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단편집을 읽으며 진정한 하나의 사랑을 찾고자 하는 일본 여성의 욕구에 반해 남성은 한 여성에게 자신의 전체를 주기보다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한 태도가 너무도 고착화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여성의 인권이 선진국 중에 가장 낮은 나라가 일본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며 사랑을 찾아가지만 확신할 수 없는 여성의 불안감도 이런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 낸 분위기라고 여겨졌다.


이 단편집은 한 번 읽고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나무는 없고 알전구만 남아있는 꿈 이야기가 나오는데 무얼 의미할까 한참 동안 궁금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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