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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 ㅣ 샘터어린이문고 66
안미란 외 지음, 황성혜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평점 :
자연과 동물에 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 한 권이 내게로 왔다. 아이들이 다 성장한 집에서는 어린이 동화책을 볼 기회가 없기에 이런 동화책은 내게 선물이 된다. 동심으로 돌아가서 이야기의 힘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까.
여섯 개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것이 독특한 책이었다. 책을 쓴 사람은 창작 동인 '어흥'. 동화를 사랑하는 작가들이 모여 함께 쓴 책이다.
재개발을 꿈꾸는 별별 아파트에 입주민들의 재개발 찬반 투표가 실시된다. 그 투표에 사람이 아닌 동물들이 재개발에 반대한다는 의사 표현을 한다. 종이를 물고 오기도 하고, 나뭇잎을 들고 와서 투표통에 집어넣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동물들. 사람들은 동물들도 그 마을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에 그들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별별 아파트의 하수관에는 쥐들이 살고 있다. 집을 나와 길을 잃은 햄스터와 실험 쥐가 우연히 그곳으로 들어가 함께 공동의 삶을 살게 된다. 아파트의 쓰레기 수거장에는 하늘다람쥐 '쉬웅'이가 살고 있다. 집에서 귀한 동물로 길러지다가 버림을 받은 '쉬웅'이는 수거장에 비정상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몰상식한 입주민에게 시원하게 오줌을 날린다. 땅콩이는 유튜브 인기 반려 앵무새이지만, 인싸가 되는 삶에 스트레스를 받아 집을 가출하기도 한다. 입주민들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까마귀와 온갖 새들과 뱀과 고양이, 강아지들도 도시에 적응하여 주변에서 함께 살아왔다.
가장 빠져들어서 읽었던 이야기는 '코점이'였다. 개고기로 팔리기 위해 이름도 없이 철장에 살던 강아지들의 이야기. 코점이가 위기의 순간에 그곳을 탈출하여 평생 처음 땅을 밟을 때 가슴속으로 힘찬 응원을 했다.

지구는 사람들만을 위한 장소이며 가장 뛰어난 종인 인간이 땅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산과 나무들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한자리를 차지하고 생명을 이어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스웨덴의 '올드티코'라는 작은 나무는 9550년전부터 생존해왔다. 그런 나무들의 시간이란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과연 가장 뛰어난 우월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가끔씩 왕릉을 둘러싸고 있는 큰 소나무들을 보면 그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이고 나무 아래를 지나다니는 인간은 그들에게 어린 손자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나무에서 다람쥐와 새들은 대를 물려 삶의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 그런 나무를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뽑아버린다면 그곳에 살던 동물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우리의 유익을 위해 산과 나무와 그곳에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터전을 없애버린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아마도 작가들이 이 책을 쓰게된 출발점도 나와 같은 질문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린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미래의 세상은 기후 위기로 인해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어릴 적부터 자연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고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일까?>는 어린이들에게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줄 것이고, 좀 더 겸손한 태도로 자연과 동물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