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인생문답 - 100명의 질문에 100년의 지혜로 답하다
김형석 지음 / 미류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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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모든 나이 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에 치우치거나 자기중심적인 노인분들도 있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이 가르치고 배우는 수직적인 분위기가 되면 불편하다. 한 사람의 한탄이나 자랑만 들어주어야만 하는 분위기도 싫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다음 만남을 꺼려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100살이 넘어섰음에도 꼭 만나 뵙고 싶고 그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싶어지는 노인도 있다. 바로 103세의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님이다. 사실 그분을 부를 때 노인이라는 호칭을 쓰고 싶지 않다. 그의 사고는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고 열려있다. 나이는 분명 노인이고 신체도 그러하지만, 그의 정신은 에너지가 넘친다. 김형석 교수를 노인이라고 꺼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은 노인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생각에 매료된다. 깊은 지식과 균형 잡힌 시각, 공동체와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의 마음이 드러난 이야기들. 삶의 기로에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관점을 배우게 된다.

 

103세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일본 식민지 상황도 겪고, 광복과 전쟁도 겪었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피난을 와서 교수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 자체가 역사이다. 그 정도의 삶을 살았으면 존경을 요구하거나 잘난 체를 하거나, 자기 이야기만 들어라고 고집할 수도 있지만 김형석 교수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에게 일, 행복, 사회 등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31가지의 질문을 했다. 그 대답을 녹음하여 책으로 출판한 책이 바로 <김형석의 인생 문답>이다.


 


 

 

나이 들어도 정신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법을 물었다. 교수님 주변에 100세까지 산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세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욕심이 없다,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정서적 풍부함을 유지하는 것.

 

욕심이 생기면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열등감을 갖거나 분노하며 남을 욕 하게 된다. 감정 조절이 잘 안되니 스트레스도 받는다. 욕심을 내려놓고 감정 조절을 잘하여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예술을 즐기거나 취미 생활을 하며 정서적인 충족감을 갖는 것 또한 정신적 젊음을 유지하는데 좋다.

 

젊은 시절은 신체가 정신을 이끌지만, 나이가 들면 오히려 정신력이 신체에 영향을 끼친다.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사고력과 창의력은 오히려 발달하기도 한다. 정신적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 100세 노인이 말하는 장수 비결인 듯하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노교수의 철학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청년기에는 용기가, 장년기에는 신념이 요청된다면 노년기에는 삶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갖추지 못한 늙은이들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아요. 녹슨 기계가 버림받듯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패악을 끼치는 늙은이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성숙되어간다는 뜻이에요. 꽃은 피었다가 열매가 돼요. 열매는 익어서 버림을 받지 않습니다. 더 소중한 삶의 열매로 남아요. 긴 세월에 걸쳐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지혜는 나이와 더불어 익어가기 마련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보면 월급이라는 마법에 걸려 일을 할 때가 많다. 소유욕이 커지고 돈에 더 연연하다 보면 처음의 나는 온데간데없고 돈이 기준이 된다. 일을 하다가 동료들과 신념과 가치관으로 인해 갈등을 겪거나 반복되는 일로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다. 이럴 때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자.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소유의 욕심에 삶의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은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이루려고 하는 사람은 영원한 기쁨을 얻게 된다."

 

개인주의가 아닌 이기주의자에게 던지는 조언은 참으로 의미 있다. "인격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선한 가치다. 인격의 크기가 자기 그릇의 크기인데 그 그릇에 행복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이기주의자는 자신만을 위해서 살기에 그 그릇이 작고 그곳에 담을 수 있는 행복도 작을 수밖에 없다."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다.

 

요즘 나도 봉사하는 삶을 살아보려 애쓰고 있다. 그런 내게 교수님의 말씀은 밤하늘의 별과 같았다.

"인생은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 더 많은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그의 인생을 완성하고자 한다는 말은 내 가슴에도 꼭꼭 눌러 담고 싶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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