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할머니 카공족이라는 제목과 김혼비 작가의 추천이란 글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10년 전쯤 종로의 파리바게뜨에서 커피 한 잔 시켜두고 신문을 읽고 계시는 할머니를 본 적 있다. 지방에서 올라간 내게는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외국의 카페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한국에서 그런 할머니를 본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도 늙어서도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며 살아야지 하고 결심했었다. 나의 작은 소망과 닮은 삶을 살고 있는 작가 심혜경씨는 사서로 일하다가 은퇴했다. 글을 보면 할머니는 아닌 것 같다. 할머니가 되어도 카페에서 공부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제목인 듯하다.

 

 

 

그녀는 정말 쉼 없이 공부를 했다. 국어 국문과를 나오고 사서가 된 이후에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에스페란토를 배웠다. 이렇게 많은 언어를 배울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 그냥 배운 정도가 아니라 스터디 그룹도 하고, 방통대에 편입하여 진지하게 공부하여 학사 학위를 몇 개나 가지고 있다. 듣고 읽는 언어로 집중해서 공부하여 원서로 책을 읽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원어로 시청한다. 어학뿐만 아니라 바느질이며 악기며 기회가 되는대로 배우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의 언어에 대한 진심과 노력이 번역가라는 제2의 직업도 갖게 했다. 성공적인 이직에 성공한 할머니라고 책 제목을 달아도 될 정도로 번역가로서도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다.

 

작가는 스스로를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도 호기심 하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녀의 실행력을 따르기는 힘들 것 같다. 여러개의 언어를 공부한다고 실생활에서 다 써먹을 수도 없고, 나이로 인해 언어 공부의 아웃풋도 저조할텐에 왜 이렇게 열심히 언어를 배우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그녀는 '공부의 삼투압 효과' 를 믿는다고 말할 것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기도 하듯이 조금씩 자주 하는 공부에 실력이 쌓인다고 그녀는 믿는다.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공부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얻은 결론이자 희망사항은 하나다. 시작은 미미해도 일주일에 1 시간이라도 계속해 나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경지에 도달하리라는 것. 이른바 공부에 스며드는 삼투압 효과를 기대해 보자는 이야기다. 취미생활로 공부만 한 것도 없다. 그리고 언어의 세계는 끝이 없다. 공부의 최전선에 나서보기에 충분할 만큼. " p151

 


 



처음 책을 받고 사이즈가 작아서 살짝 실망했다. 어쨌든 할머니란 단어가 나왔으니 글씨가 큼직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깨알 같은 크기로 적혀진 글자때문이었다. 반면에 카페의 밝은 조명 아래에 한 손으로 읽기는 좋았다. 왼 손에는 책, 오른 손에는 커피잔을 잡으며 읽을 수 있는 책 사이즈도 나름 괜찮은 것 같긴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인데, 글씨가 너무 작다고 불만을 품는 것을 보니 눈의 노화가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책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써놓은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외출을 할 때면 항상 하루에 세 권의 책을 가지고 가는데, 그중에 한 권은 꼭 두꺼운 책이어야 한다. 혹시라도 얇은 책을 다 읽어버려 읽을 종이 책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란다. 그녀는 스스로를 '어비블리오포비아 (abibliophobia)읽을거리가 줄어들다 못해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공포증'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나도 항상 책을 들고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종이책은 한 권만 들고 다닌다. 대신에 전자책이 가득 들어있는 크레마를 꼭 챙긴다. 그것도 혹시 잊으면 안되니 핸드폰에도 전자책을 몇 개 다운받아 둔다. 아직은 경증의 어비블리포비아 증상이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하든 약하든 대부분 작가나 나와 같은 증상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카페에서 책 읽는 노년을 가끔씩 보게 된다. 공부는 평생의 일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인 것 같다. 공부하며 노년을 보내면 삶이 우아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집과 편견이 굳은살처럼 박히지 않고, 생각이 유연해지기 때문이다. 정보처리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유지할 수 있다. 조금 젊은 사람들과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젊은 날 했던 목적과 결과가 있는 공부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공부, 자아가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부의 가치를 즐긴다면 인생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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