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 -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의 현타 보고서
정여근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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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만 키우는 나는 이십 대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젊은 세대에서 점점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이 과도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감지했다.


이십 대 남성들의 현타보고서라는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를 읽으며 저자가 상당히 화가 나 있다고 느꼈다. 그의 주장을 읽으며 상당 부분 수긍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십 대 남이 느끼는 분노도 남성 중심적인 가정이라는 전통이 가져온 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 부모들은 아들을 중시하여 어린 시절 많은 특혜를 주지만 나이가 들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아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했다. 하지만 요즘의 시대는 아들이라고 특별한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 그 의무만은 여전히 남겨두고 요구한다. 네가 아들이니 나 죽기 전에 네가 결혼하여 손주 낳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계신다면 여전히 가부장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취업도 힘들고, 집은 살 수도 없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여전히 아들 손자 타령하는 부모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대남은 이럴 경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결혼하지 말고 버틸거라고 했다.


이대남의 분노는 여성에게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에게 더 많이 분노하고 동시에 비상식적인 성범죄자들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분노한다. 솔직히 세상에는 미친놈보다 정상적인 남자들이 더 많지만 N번방이나 스토커와 같은 소수의 미친놈들 때문에 정상 남자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이대남은 자신들을 '잠재적 강간범'으로 대하는 눈빛에 절망한다. 그러니 화가 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쓰레기 같은 20대 남자 하나가 일으킨 일에 뭔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내며 이대남을 일반화하려는 세상이 야속하다. 제대 후 자신만 뒤처졌다는 불안함에 매일 밤잠을 설치는 이대남에게 세상은 조용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이대남이 자신에게 주는 박한 점수도 모자라 세상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까지 ... 이대남은 안팎에서 조여 우는 숨통에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다. p180"



그들의 가장 큰 분노의 근원은 군대인듯했다. 내가 봐도 억울할 것 같다. 창창한 이십 대 초반에 군에 끌려가서 장기간 육체 쓰는 일을 하고 오면 뇌가 리셋될 것이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면 공부의 가속도를 내어야 하니 집중이 힘들다.


겨우 직장에 들어가면 또래의 여자들이 벌써 직장 상사가 되어있다. 그런 상황 자체에 스트레스 받는데, '남적남(남자의 적은 남자)'이라고 남자 상사들까지 합세하여 이대남을 못살게 군다. 넌 남자니까 힘 좀 써라며 고된 일을 다 맡기고, 힘들다고 말하면 약해빠져서 어떻게 사냐며 구박한다.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기성 세대의 태도에 이대남은 한마디로 빡친다.


" 세상에 대항하는 이대 남의 분노는 정확하게는 여자를 향한 것이 아니다. 그건 바로 사회에서 선배로 만나는 삼사 십 대 남자들에게 향해 있다. 참고로 50대 남자는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기에 화조차 나지 않는다."


남녀평등은 우리 중년 여성이 느끼는 가장 큰 절망감이었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여성이 많다. 나도 이 나이에 아직도 시댁과 갑과 을로써 전쟁 중이니까.


이십 대의 성으로 나뉜 싸움은 우리 세대가 잘못된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닌 건 시원하게 버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이어나가면서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했는데, 전통적 관념 아래 감정을 누르고 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며 살다 보니 자녀 세대는 남자고 여자고 다 힘들어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이대남의 행동에 대한 의문이 많이 해소되었고 그들이 왜 저렇게 싸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게 되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것,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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