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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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SF 소설인 줄 알았다. 화성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몇 장을 넘겨보니 극동리라는 곳에서  영화가 촬영되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야기의 장소적 배경이 되는 극동리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의 전통적인 시골 풍경을 간직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신재생에너지 공장이 들어서면서 8차선 도로를 건설하고 산을 깎으면서 극동리는 황폐한 모습이 되어 마치 화성을 연상하는 곳이 되었다.






소설의 구성이 개성 있다. 처음 시작은 화성에 관한 영화 촬영이었지만, 그다음은 미치광이처럼 보이는 한 노인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자살을 한다. 기괴한 것은 그가 교통신호 제어기에 전동드릴을 고정시켜놓고 달려가 머리에 구멍을 뚫어버린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살의 장면은 '왜?'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게 했다. 

우연히 처참한 자살 현장을 목격한 김기자는 그 끔찍함에 바로 실신해버린다. 병원에 실려가 회복하는 동안 자살한 할아버지 소식을 듣고 온 극동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느끼던 순간,  그의 자살 사인이 농약을 먹고 죽은 것으로 바뀐 것을 알고 그의 죽음의 배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다음은?' 하고 의문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면 그전 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날짜와 시간이 왔다 갔다 한다. '왜?'와 '무슨 일이지?'라는 궁금증으로 책을 읽다 보면 하나가 풀리면 두세 가지가  더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이야기의 바다에 빠져들게 된다. 





할아버지의 자살 전과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풀어가는 사람은 김기자와 최 기자였다. 단순한 농약 음독자살로 꾸며진 사건에 관심을 가진 김기자가 최 기자를 극동리에 가게 한다. 자살한 이만호 할아버지가 살았던 극동리를 찾아간 최 기자는 경오라는 어린 학생을 만난다. 그 아이로부터 동네 사람들이 모두 변했고 이상해졌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이야기라 믿지 않았다. 나도 믿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경오는 왜 자기 할머니까지 변했다고 했을까 궁금했다. 겉모습은 원래의 사람이라 진짜처럼 보이지만 가짜인 사람이라고 아이는 말했다. '뭘까?' 이야기는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궁금증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극동리에 일어나는 뭔가 기분 좋지 않은 일은 바이오회사와 영화 촬영을 성사시킨 노이규 사장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는 극동리 이장을 꼬드겨서 이 모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도록 한 인물이다. 이쯤 읽으면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시골에 들어서는 비윤리적인 회사를 고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작가의 큰 의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알지도 믓한채 종잡을 수 없이 미스터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동드릴로 머리를 뚫은 또 다른 사건들. 한 사건은 몇 십 년 전 극동리에서 발생했었고, 또 한 사건은 이만호 할아버지 자살 사건 즈음에 실종된 극동리 세 사람에 일어났다.  공통점을 가진 죽음은 사건들의 연결을 의미한다. 살인의 이야기를 밤 시간에 읽었는데 오싹하여져서 한기를 느꼈다. 책표지는 평화로운 진한 초록과 흰색으로 덮여 있는데, 그 안은 미스터리한 죽음과 살인이 주로 다루어져 있으니 겉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편집자의 의도가 담겼나 하는 생각도 했다. 





여전히 의문스러운 질문 '왜 전동 드릴로 머리를 뚫을까?'는 소설의 후반부에 가야만 알 수 있다.뇌에 붙어있는 가짜 영혼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것이 죽은 이만호의 설명이었다. '어떤 가짜 영혼?' 이 부분으로 진행하면서 소설은 현실 문제에만 안착하는 글이 아닌 상상력의 눈으로 보아야 하는 가치관의 이야기로 옮겨 간다.  눈에 보이는 것이 꼭 진실은 아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구성도 개성 있었지만 플롯 역시 특이했다. 현재와 과거가 섞여있고, 나이와 업이 다른 주요 인물들이 영적인 접촉을 통해 동질의 인간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나의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는 전개였다.



그래도 누군가가 나와서 영혼이 잠식당하게 되는 전파의 연결고리를 끊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는 나의 그런 소망을 처참히 뭉개뜨렸다. 왜 그랬을까? 

책을 덮고도 작가의 의도를 계속 생각했다. 작가는 사람의 본능속에 내재해있던 나쁜 욕망이 도화선이 되어 영혼도 팔아먹을 수 있는 존재이며, 탐욕은 바이러스처럼 쉽사리 전파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했던것 같다. 순수한 어린이를 제외한 모든 성인은 자신의 뇌를 장악당하게 된다는 설정이 그런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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