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죄책감은 내가 한 일에 대해 가지는 감정으로 사과를 하면 내 감정에 도움이 되고 보상을 하거나 만회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면에 수치심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감정으로 사과나 보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마음이다. 죄책감은 자신감에 영향을 끼치지만 수치감은 자존감에 영향을 끼친다. 두 감정이 함께 오는 상황도 있다. 죄책감으로 사과하고 보상했으나, 그 끝에 나란 존재는 왜 이런 실수만 해대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는 수치심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나를 혐오하는 순간이 오면 수치심이 극에 달한다.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는 상황을 보면 다양하다. 사람 앞에서 지퍼를 올리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제껏 안보이고 싶었던 자신의 나태한 모습을 들켰을 때, 부모가 심어놓은 이상적인 모습과 동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근친 상간이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굴욕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나의 약점을 들켰을 때,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며 다른 사람들로 부터의 시선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끼게 될까?

심리상담가인 '나의 수치심에게'의 저자 일자 샌드는 수치심이 사회 생활에서 한 집단에 속하기 위한 행동에 반하는 일을 한 것에 대한 경고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만성적인 수치심은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불안정한 자기 인식 (self perception)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자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나 스스로의 평가인 자존감과 자기가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뜻하는 자기감이 잘 형성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수치심을 덜 느낀다. 높은 자존감과 자기감의 형성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되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정확한 부모의 미러링이 중요한 이유다.

 


 

 

거울 앞에서서 나를 바라보았을 때, 정확한 모습을 보아야 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가르치려는 마음으로 과도한 해석을 하거나 왜곡된 해석을 하며 아이의 행동을 미러링 해버리면 아이는 자신을 잘못 인식하게 된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제대로 된 미러링을 하며 그럼에도 아이를 사랑한다는 온화한 눈빛을 보낼 때, 아이의 자기감과 자존감을 크게 손상되지는 않는다. 모든 행동에 대해 30~40% 정도만 제대로 미러링 해주어도 아이들은 건강한 자아를 갖게 된다고 한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써 저런 이야기를 들면 큰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이를 기르는 동안 잘 몰라서 실수한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엄마의 욕심이 아이의 행동에 왜곡된 미러링을 의도적으로 제공한 적도 있다. 아마도 엄마들이라면 나의 이 불편한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부모는 없는 것이고, 아이들의 행동의 절반 정도로라도 올바르게 미러링해준다면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기감은 건강해진다고 하는 말에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릴적 왜곡된 미러링으로 인해 자존감과 자기감이 약한 사람으로 자랐다면, 그래서 수치감을 좀 더 쉽게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나의 문제를 숨기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나 자신이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사람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연약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나를 향해 쏟아지는 애정 어린 눈빛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우리 내면의 수치심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것도 수치심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가끔씩 연주를 잘하고 내려온 아이가 자신이 연주를 너무 못했다고 울먹이는 경우를 본 적 있다. 아니라고 얘기해도 믿지 않을 때, 자신있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가끔씩 자신의 동영상을 찍어 정확한 내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수치심을 느꼈던 상황을 기억해보고 어떤 상황이 나를 수치심으로 몰고가는지 알 필요도 있다.그런 상황이 올 때 나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러한 한계를 자주 넘어오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나의 내면에 스스로 지지하는 마음을 심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나를 향해 편지를 쓰거나 글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행동으로도 내적 지지가 형성되지 않고 수치심에 민감하다면 심리 상담사를 만나는 것도 좋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