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될 리 없음!
윤수훈 지음 / 시공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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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즐거워하면 안 된다. 고생한 이야기를 듣고 배를 잡고 깔깔거리고 웃는다면 얼마나 예의 없는 일인가? 그런데... 그 일을 해버렸다.



윤수훈 작가의 에세이 <계획대로 될 리 없음!>은 그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 여행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망한 여행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너무 웃겨서 깔깔 웃었다. 내 아들이 유럽 여행 간다고 하고는 이런 고생을 하고 다닌다면 아마 좌불안석이 될 것 같다. 빨리 돌아오라고 난리 칠 것 같은데, 원래 사고 치는 애들이 또 부모님들한테 연락도 잘 안 하는 것 같다. 아마 책 나온 후 부모님이 읽으시고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대형마트 정육점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럽 여행비를 모았다. 학생 할인 환불 불가 비행기 티켓을 샀는데 그만 그 비행기를 놓쳐버린다. 외국도 아닌 인천공항에서. 처음 시공사의 인스타 광고에서 책 소개 글을 보았을 땐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책을 읽어보니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아주 여유 있게 인천공항에 들어갔는데 너무 여유 부리다가 비행기를 놓친 거였다. 세상에나... 상상해본 적 없는 사건이다. 외국 공항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공항에서 놓치다니.


그날 140만 원을 지불하고 다시 티켓을 사야만 했다. 그 말은 유럽에 가서 거지처럼 여행을 다녀야만 한다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인천공항에서 새로 산 카메라도 떨어뜨려서 헌 카메라로 만들고 출발했으니 시작이 뭔가 불길한 여행이었다.


비행기를 놓치면 구매했던 면세점 물건을 다 환불하고, 짐도 다 돌려받고, 원점인 체크인 수속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하 작가님이 중국에 비자를 안 받고 가서 바로 귀국 조치된 여행이 생각났다. 그럴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쉽게 들지 않는 게, 외국에 가자마자 나의 실수로 돌아와야 했거나 자국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쳐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하는 경우는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다.





그렇게 작가는 영국을 향해 시간과 돈을 더블로 지불하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비용을 아껴야 했던 작가가 선택한 숙박 방법은 바로 카우치 서핑 (couch surfing) 이었다. 전 세계 여행객들이 서로 무료 숙박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그래도 공짜로 숙박을 제공해준다면 약간 의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순진한 작가님은 그냥 걸려들었다. 영국에서 숙소를 제공한 사람의 숙박 조건은 1일 1 레슬링. 남자호스트가 젊은 남자 여행객과 왜 레슬링을 하려 할까? 그의 카우치 서핑 경험은 극과 극을 달려 정말 좋은 사람도 만나고, 경험하지 말아야 할 일도 당했다. 그런 경험을 하고도 귀국 비행기 시간 조절이 안되어 끝까지 여행을 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젊음의 기운을 느끼기도 했다.


망한 여행이지만 새로운 여행의 도화선이 된 여행 이야기. 작가는 여행이 망하는 순간마다 노란 노트를 펴서 하고 싶은 말을 막 써 나갔다고 한다. 그런 기록이 모여 오늘의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재치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 순식간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일러스트의 캐릭터도 너무나 귀여웠다. 여행에 관한 많은 에세이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와중에도 꼭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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