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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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여성의 이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면 또 한번 궁금해진다. 한국인인이지 귀화한 사람인지, 왜 이렇게 특이한 이름을 가졌는지, 그리고 무엇하는 사람인지로 질문이 계속 생긴다. '하란사'는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대학에서 문학 학사를 받은 사람이며 독립운동가이다. 권비영 작가님의 역사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덕혜옹주'에 이어 '하란사'라는 멋진 여성을 발견하고 재창조해낸 것 같다.

 

이 책은 휴가 때 읽기 좋을 것 같다. 심각한 내용의 책은 너무 무거워서 손이 잘 안가고, 너무 가볍기만 하면 왠지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서 읽지 못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명료하고 잘 읽히는 글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인물을 알게 해주고, 선이 굵고 강한 멋진 신여성을 만나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준다.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고, 묵직한 감동의 뒷끝이 남는 그런 소설이었다. 또한 소설'하란사'속에는 심지가 곧으면서도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개성있는 여러명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식민지 상황에서도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된다.

 


무역업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부자집 늙은 관리의 후처가 되라는 친정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결혼을 하게 된 하란사는 배신감에 친정을 자신에게서 지워버린다. 원래의 성인 김씨를 버리고, 서양인들처럼 남편의 성을 따른다. 선교사에게 자신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여 낸시란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녀는 그 이름을 한자식으로 바꾸어 란사로 만들었다. 하란사는 주어진 이름도 거부하고 자신의 성과 이름을 스스로 정할 정도로 자기주도적인 여성이었다. '하란사'로 쭉 불리던 그녀가 원래의 성을 찾아 '김란사'가 된 것은 후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불과 몇 년 전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한다.

 

 


 

 

1900년이라는 시대에 아이를 유모에게 맡겨두고 혼자서 미국에 유학을 다녀 온 하란사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대에도 아이를 본국에 두고 여자 혼자 유학의 길을 가려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정말 '센언니'다. 지금처럼 비행기 한번에 도착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니었고, 오하이오주까지 가려면 동부나 서부에서 또 며칠이나 걸려서 도착했을 길이다. 그런 곳을 홀로 가서 한국 최초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일을 한 여인이다.

 


하란사는 이화학당에서 여성들의 교육에 앞장 섰다. 그 곳에서 스승과 제자로 유관순을 만났다. 그녀는 사감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생활도 지도했고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서 무료 교육 봉사도 했다. 센언니 하란사는 '구더기 같은 놈'이란 욕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잘못된 것은 직선적으로 얘기 했다. 물론 그녀의 교육 방법에 다 동의 할 수는 없으나, 그녀의 젊은이들을 위한 마음과 태도는 정말 존경스러웠다.

 

의친왕을 도와 여성의 몸으로 독립 운동을 위한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에 드나들었던 그녀는 결국 베이징에서 독살을 당한다. 작가님의 상상에서는 배정자라는 친일 여성이 그 배후일 것이라고 했다. 물론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저토록 센언니라면 주변에 필시 질투하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고, 적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녀가 독살 당하지 않고 살아있었더라면 이 나라와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 진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깊은 아쉬움이 들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멋진 여성을 만나는 경험은 참으로 신선한 것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 멋지고 훌륭한 미지의 역사 인물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더더욱 소설'하란사'가 의미 있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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