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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중국 현대문학의 작가 싼마오의 에세이다.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만에서 성장했고 결혼과 함께 사하라 사막에서도 살고 카나리아 제도에도 살았던 유랑인이다. 그녀는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래서 프로필에 나온 그녀의 사진은 젊었을때의 사진이다.
48년생이면 지금 70대중반의 나이일텐데 그녀의 삶과 사고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보다도 더 개혁적인 것 같았다. 프로필 사진에서도 보면 작가보다는 모델 같다.
허수아비 일기는 싼마오가 털보남편 호세와 사하라 사막에서 나와 북아프리카 위에 있는 카나리아제도에 사는 동안의 이야기를 엮은 글이다. 싼마오의 시선이 참 좋았다. 남편과 내가 반쪽짜리가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체끼리 만났다고 했다. 그런 그녀라 그 당시만해도 남편을 내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야 한다는 많은 여인들의 주장에 반대하고 남편에게 한없는 자유를 준다.
"자유롭지 못한 건 죽느냐만 못해요. 뭐 남편이 죽을까 걱정되는 건 아니예요. 문제는 남을 구속하다 보면 구속하는 사람까지 자유를 잃는다는 거죠. 나는 나 자신을 괴롭힐 생각은 전혀 없답니다."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난 나의 자유를 누군가가 구속하는게 싫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자유도 좌지우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듯 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스페인 영토이지만 북유럽인들이 휴양을 즐기거나 은퇴하여 자리를 잡는 곳으로 유명하다. 싼마오의 집 주변에도 북유럽에서 온 노인분들이 많이 사셨다. 그들의 언어는 다 달라서 서로 소통하기 힘들었다. 숨이 넘어갈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살아가며 요절복통할 재미있는 사건들을 글로 옮겨쓴 싼마오. 그녀는 남자 아닌 다른 대상에 상사병이 걸린다. 매년 같은 시기에 엄숙한 개인 절차에 따라 복권을 사고 그 복권이 당첨될것이라 믿으며 보내는 상사병의 시간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웃겼다.
또 하나 기억나는 이야기는 꽃을 파는 할머니와의 전쟁이었다. 섬의 깊은 시골에서 칩거생활에 가까운 단절된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찾아온 꽃파는 외판원 할머니. 그녀의 뻔뻔스러움과 어거지 논리에 몇 번이나 당한 싼마오와 호세. 그들은 결국 그 할머니가 나타나면 화장실에 숨어버린다. 말만 섞어도 100전 100패로 싸구려 화분을 비싼 돈을 주고 사올 수 밖에 없으니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싼마오의 에세이는 재미있다. 고리타분한 생각에 갇혀있지 않은 오픈 마인드의 아시아인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국의 땅에서 외국인 남편과 살아간다. 글에서 전혀 세대차이를 느낄 수 없다. 딱 한 장면 세탁기없이 손빨래하는 장면에서만 시대적 차이를 느꼈을뿐. 특유의 긍정성과 탐험심을 가지고 살아가며 자신이 꽂히면 누가 말려도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사람이었던 싼마오. 그녀를 알게되어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