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유령 방과후강사 이야기
김경희 지음 / 호밀밭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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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과후 교사의 어려움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았었다. 나와 관련된 사람이 없으면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애환을 알 수가 없다. 뉴스 기사를 보며 처음으로 방과후 교사들이 코로나로 인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과 실업 급여나 재난지원금 등의 지원도 잘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그 뉴스 기사를 본 것이 이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꿈꾸는 유령 방과후 교사 이야기>는 오랫동안 방과후 선생님으로 일해온 김경희 선생님이 쓴 책이다. 왜 유령이라고 했을까? 방과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 복도에서 유령처럼 서성이며 기다릴 때도 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쓴 것 같다. 공교육 선생님들 중 많은 분들이 방과후 강사를 선생님으로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수업을 위해 복도에서 기다릴 때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경우에는 방과후 수업이 진행 중인데도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서 자기 업무를 보고 통화를 하기도 한다. 한 교장선생님은 방과후 강사는 자기에게 인사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한다.

공교육을 하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방과후 수업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다. 관리해야 할 일이 더 생기니 귀찮고 또 책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학교에서는 웬만하면 방과후 수업을 안 하고 싶어 한다.


교육청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운영하다 보니 직접 고용보다는 위탁업체를 통한 파견직을 선호한다. 문제는 위탁업체의 도덕성이다. 어떤 위탁업체는 경단여를 학교 방과후 수업에 꽂아주고 노예계약을 체결했다. 7년 동안 5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도 계약을 파기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어떤 업체는 퇴직 교장선생님에게 자리를 주고 방과후 선생님들을 고용하고는 급여를 주지 않는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접 고용이 되어도 1년 계약직이라 매년 새로 계약을 해야 하므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행정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기간 계약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매년 철새처럼 옮겨 다녀야 한다.


더욱 기가 찬 사연은 방과후 선생님들이 열심히 한 일을 공교육 선생님들이 자신의 승진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대회에 나가게 아이들을 준비시켜달라는 교장선생님의 부탁에 무보수 오버워크를 하며 아이들을 연습시킨 선생님이 있었다. 그런데 대회 전날 교장선생님이 불러 지휘를 부장 선생님께 맡기라고 했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선생님은 커튼 뒤에 숨어서 실제로 지휘하고 무대에서는 부장 선생님이 지휘를 했다. 우수상의 공로는 부장 선생님께로 갔고, 그는 교감으로 승진했다. 방과후 선생님은 유령이어야 하고 학교 선생님들의 들러리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었다.





방과후 선생님들의 애환을 읽으며 우리 사회는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사람을 차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의 추측은 방과후 교사들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보니 비정규직으로 처우해도 된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을 읽으며 김경희 선생님의 삶과 노력과 성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포기할 수도 있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함께 동참하게 사람들을 격려하고, 정책으로 반영되게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삭발식에 참여한 고3 딸아이의 편지를 읽을 때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사회는 실천하고 행동하는 자들을 통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공교육 선생님보다도 더 열심히 가르치는 방과후 선생님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많은 우리 아이들을 성장하게 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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