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지음 / 파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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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 공효진이 나오는 드라마 "동백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어릴 적 자신을 버린 엄마가 콩팥이 필요해지자 딸을 찾아오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설정이었다. '신장 이식'이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소재가 된 것은 사람은 하나의 콩팥으로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동창은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이식해주었다. 어차피 하나면 되는데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도 괜찮다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병원에서 투석을 해야만 살 수 있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기꺼이 내어 준 아내가 쓴 글이다. 나의 책 선택의 기준은 신뢰할만한 대상으로부터의 추천 아니면 호기심이다. 이 책도 신장 투석과 장기 이식 과정에 관한 솔직한 얘기들을 접하고 싶어서 골랐다. 즉, 많이 기대하지 않았었다는거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해주었고 나는 이 책을 읽게 된 것에 감사했다. 류정호 작가는 알려진 문학가는 아니지만 그녀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마력이 있었다. 남편에게 신장을 내어준 아내라는 진한 스토리텔링적 요소에 그녀의 오랫동안 갈고 닦은 문학적 표현력이 더해져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소소한 나들이라도 나가야 에너지를 얻는 나는 집콕으로 인해 삶의 수분이 빠져나가던 중에 아름다운 내용의 글을 읽게 되었고 삶의 메마름에 촉촉함을 얹었다.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의 가장 큰 장점은 작가의 시선이다. 그녀의 삶은 안정적이었고 한국의 중산층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30대 중반부터 당뇨병에 걸린 남편이 결국 중년을 넘어서니 신장까지 망가지는 일이 생겼다. 병자도 고통스럽고 돌보는 사람도 힘든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도 너무 지나친 긍정이 아닌 삶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남편을 향해 헌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가 참으로 대단하다 싶었다. 남편의 상황이 심각해질 때도 그녀는 "궂이 신께 아뢸말은 슬픔과 걱정은 우리가 견딜만큼만 마련해주시길...."하며 기도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려야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가야지."라며 현실을 살아갔다.

 

작가의 남편을 향한 사랑이 참으로 애틋했다. 남편을 평생의 반려자이자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겼고, 장기 이식으로 자신들은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장기 이식이 필요하다는 결정이 났을 때 깊이 생각 하지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바로 결정하고 그대로 밀고나갔다. 부부가 신장을 주고 받아 다시 한 번 하나가 되는 날은 자신들의 결혼 기념일이 되었으면 좋겠는 소망을 주치의에게 말했을 때 의사도 간호사도 감동했다고 한다. 그녀가 의미를 두는 것은 신장 하나를 내어 놓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온전히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서로를 위해 인내하고 희생하는 것마저 내어주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라 했다. 내어줌으로 생명이 탄생하고 삶은 한없이 깊고 자유로와진다고 고백했다.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고,

달은 자신을 위해 어두운 길을 밝히지 않는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또 한번 사람 마음이 덜컹 내려 앉을 고백을 했다. 권선징악은 책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왜 고통은 한꺼번에 몰려서 오는 것일까? 그녀는 인생의 한쪽 문이 열리면 한쪽 문이 닫힌다고 말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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