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욜로욜로 시리즈
송경아 지음 / 사계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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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출하고 돌아오면 집을 깨끗이 청소해두고, 밑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우렁 총각"을 기르고 싶다. 송경아 소설집 "백귀야행"의 6개의 단편 소설들 중 그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이다. 우렁 각시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나온 우렁이가 우렁 총각이 되어 등장한다.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많은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가슴에 뭔가 뭉클한 어떤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님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아픔이 전해진다고 할까?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시선, 나이가 들어감에도 박사과정을 밟으며, 학교에서 가난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삶의 꾸질꾸질함, 성장 과정에 겪은 아픔이 끝나지 않는 삶, 이혼으로 인한 사회에서의 소외감, 각자의 요구와 기대가 다른 가족과의 갈등, 고통이 되는 자식과 부모의 인연, 어느 하나 쉬운 주제가 없었고,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거의 없는 스토리였다. 그렇다고 짜증나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내용은 아니었고, 내게 이런 것도 생각해보는게 어때하는 도전과 이해를 요구하는 책 내용이었다.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는 우렁이를 홈쇼핑에서 무이자로 할부 구입하여 길렀고, 중고로 다시 인터넷에서 되팔았다는 설정이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인듯 사람이 아닌 우렁 총각은 사람이 집에 없을 때에 사람이 되어 청소와 반찬을 하며 집안 살림을 깔끔하게 해주는 우렁이이다. 남자들이 우렁 각시를 원하듯이 여성도 우렁 총각을 두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집안 일이라는 것은 여자의 몫이여야 하고 여성은 꽃처럼 예쁘게 길러져서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가야한다는 엄마들의 고정 관념에 작가는 전적으로 동의 하지 않는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말했듯이 돌봄노동만 빼먹고 돌봄사람을 보지 않는 행위는 비인간적인것이다. 우리의 결혼 관계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렁총각과 주인공과의 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시마의 아이들"에서는 두 주인공의 삶과 사랑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 아이들을 만나서 등을 쓰다듬으며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사람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을것이다. 현실에서 주인공과 같은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우리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할까? 세상이 만든 피해자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조용한 응원밖에 없다. 진정으로 그들이 일어나서 제대로 살아주고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의 많은 상처받은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이야기였다.


"열 다섯, 서른 다섯"의 이야기는 이혼을 한 주인공을 집안의 흠으로 여기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교사인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막내딸의 이혼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흠을 자식들이 모델링하게 될까봐 여동생을 보기를 꺼려하는 언니의 모습에 기가 찼다.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닌 나를 더 작아지는 존재로 만드는 이야기는 "고통의 역사"에서도 나온다. 실수로 낳은 딸이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의 가정에서의 불안과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자 애쓰는 모습은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어찌하여 안정된 결혼 생활에 들어섰지만 딸의 희귀병으로 인한 생의 전쟁. 아이에게 고통은 부모에게서도 고통이다. 끊날수 없는 고통. 사랑받고 사랑하고 사는 것조차 힘든 주인공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백귀야행"은 우리 나라 청년중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대변하는 얘기이다. 학사 학위로 취직을 하였다가 다시 대학원을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불경기로 인해 감히 졸업을 하지 못하고 대학에서 계속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공부 자체에 자신을 올인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도 국문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아들 아닌 딸이 비인기학과에서 책과 씨름하는 모습이 사회의 시선에서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박사과정의 미연. 그냥 마음이 답답했다.





"백귀야행"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이루는 일도, 그 가족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삶도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일 경우가 많다. 가족이지만 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없고,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는데 사회적 눈길때문에 자식의 고통과 삶을 바로 받아주지 못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자로써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 자라게 될 때 겪는 부당함은 더욱 더 삶을 힘들게 한다. 우리 시대의 가족과 각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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