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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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처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갈 때, 자신의 이야기는 접어둔 채 친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로 자신을 알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알려면 좀 더 친밀한 관계가 될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신뢰를 쌓아가야만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의 주인공인 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도 얘기 하지 않았고, 주변 인물들에서 뱅글뱅글 도는 듯한 인상을 주다가 조금씩 자신을 향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폴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8년 11월 4일 브로도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의 감옥방 동료인 패트릭이 폴의 첫 이야기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왜 수감되었는지는 이야기 하지않고 계속하여 패트릭이 왜 이 교도소에 오게 되었는지만 이야기 한다. 폴 자신은 교도소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하고 성실한 일반인임이 계속 설명된다. 플레이보이같이 생긴 덴마크 태생의 목사님인 아버지와 지역의 예술 극장 르 스파르고를 소유한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무언가 엄청 참을 수 없는 일로 인해 실성할 듯한 기분으로 사람을 때렸을 것 같다는 추측만 하게 한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교도소는 캐나다인듯한데 아버지는 덴마크인, 엄마는 프랑스인. 그들의 삶의 주된 장소는 프랑스. 그런데 그는 왜 지금 몬트리올에 있을까? 소설은 바로 답을 해 주지 않는다. 폴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한다. 어릴때의 삶을 언급하다가 또 패트릭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함께 작은 감옥방에서 살면서 매일 저녁 패트릭의 큰 일 보는 일에 노출되는 불쾌감을 말하고 패트릭의 성향을 이야기한다.


폴은 형량 감량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심판관과 면담을 하게 되는 날, 고집스럽게 심판관이 원하는 답을 하지 않는다. 그의 폭력의 진실이 뭔지 몰라도 정말 엄청난 분노에서 나온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폴 스스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폴은 감옥에서 그의 죽은 가족들을 매일 만난다. 환영을 보나? 근데, 그 세사람의 이름만 나오지 그들이 누구인지 바로 얘기하지 않는다. 폴과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 할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폴의 주변 사람들은 일반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아빠나 엄마의 성향과 삶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부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특이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패트릭을 시작으로 삶을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폴을 통해 전해진다.


폴의 사연은? 정말 끝까지 읽어야 안다. 그의 사연은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 된다. 그리고 그의 폭력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정말 그가 측은해진다. 그의 삶을 통째로 뺏긴듯한 억울함과 그의 분노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상처가 큰 사람이라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하지 못하고 그렇게 뱅뱅 돌려 조금씩 자신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슬픈 결과를 불러왔지만 자신의 색깔들로 살아간 여러 인물들의 삶들이 나의 삶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눈에 나 또한 세상을 똑같이 살아가지 않는 한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소설의 다양한 인물의 실패를 볼 때마다, 나보다 더 엉망인 사람도 있고 더 힘든 사람도 있다는 것을 생각 하고, 나만 멍청한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소설 읽는 것이 좋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 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오늘 서평에서는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이 책"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창비사의 사전평가단에 선정되어 책이 정식 출판되기 전에 읽어본 책이다. 하드커버로 책의 내용을 전혀 예상할 수 없이 읽게 만든 순백의 하얀 책 표지가 너무 좋았다. 정식 출판이 되면 어떤 표지가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문학성 있는 작품을 사전평가단으로 읽게 된 행운을 갖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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