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 모든 싸움은 사랑 이야기다
정은혜 지음 / 샨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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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쌓여있는 식품 봉지들을 남편이 정리하겠다며 모두 꺼내어 놓는다. 그리고는 "이건 뭐야?" "언제 넣어둔거야?" 질문을 던지며 정리 작업을 시작하는데 나는 갑자기 짜증이 솟구친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남편이 정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니 도움이 되는 일인데 나의 감정은 불편하기만 하다. 나의 목소리는 올라가고 동시에 짜증을 토해낸다. 분위기가 썰렁해지면서 싸우기 일보 직전의 대치 상황이 일어난다. 내가 성질이 못되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계속 씩씩거린다,

이런 나의 상황과 거의 똑같은 에피소드가 "싸움의 기술"에 나온다. 나만 그러는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작가는 이것이 습관의 영역이라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습관이란 것은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동화된 행동 패턴이기 때문에 상담이나, 부탁, 의지, 동기 부여로는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 특성이다. 그런 것은 나 아닌 배우자가 바꾸려고 한다면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남편은 내가 정리를 하지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미래를 위해 음식을 저장하는 것이므로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결국 둘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점이 달랐던 것이다.




"싸움의 기술"에서는 문제를 찾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로직 트리를 그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문제와 해결책이 한 눈에 보이니까. 또는 내 몸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직관적으로 내 몸이 해결책이 맞는지 아닌지를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굉장히 구체적인 여러가지 싸움의 예시를 보여주는데 신혼 부부들이 꼭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신혼 부부때 얼마나 많이 싸웠는지 모른다. 그 모든 싸움이 사랑에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상처를 준 적이 많았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많은 싸움의 결과로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되어서 큰 문제 없이 살아간다. 반면에 주변에 보면 싸우지 않고 서로 참기만 했던 부부는 중년에 와서 크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 신혼때는 무조건 싸워야 하지만, 잘 싸워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젊었을 때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싸움으로 보낸 시간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시어머님이 보내는 음식으로 인해 부부가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아들은 엄마의 음식을 좋아하며 그 사랑을 기억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 음식이 아내와의 사이를 더 가깝게 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 될 때도 있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부딪쳐 감정의 벌집을 쑤시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에서 제시하는 방법은차가운 머리로 전략을 짜라는 것이다. 김치 냉장고를 없애거나 냉장고를 작은것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보내준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식이요법을 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또는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음식을 다른 방법으로 재조리해서 보내드리는 것이다. 야채를 보내주면 쥬스로 만들어 다시 어머님께 보내고, 김치를 보내주면 김치찜을 해서 다시 보내버리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던지 시어머니가 음식을 보내는 것을 그만둘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짜고 대처해야지, 회피하다가 감정싸움을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정은혜 작가님은 예술가이며 치료가로 일하는 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님의 전문성이 상당히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싸움의 기술을 준비 / 초급 / 중급 / 최후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싸움을 회피하기보다는 제대로 싸우는 법을 설명했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있고, 곁에 두고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 "싸움의 기술"은 읽고 또 읽으며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책인것 같다.



상대방이 좀 모자라고 부끄러운 행동을 보여도 

관대하게 넘어가자.

부족한 면는 사실 나도 만만치 않으니 

너그럽게 봐주자. 

그래도 꼭 싸워야 한다면,



급소를 피하고,

화를 내되 경멸하지 말고,

쓰러진 사람 또 찌르지 말고,

싸잡아 싸우지 말고,

꼬투리 잡지 말고,

무엇보다 개싸움은 피하고,

싸웠다면 싸운 만큼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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