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더피플

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영어에서 Other People은 "어떤 사람은 ~하고, 다른 사람들은 ~하다"라고 표현할 때 쓰인다. 반면에 The Other People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 소설에서는 억울한 죽음이나 사고등으로 분노를 경험하게 된 남아있는 가족들-The Other People의 이야기를 하려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한 결과나 판단등으로 인해 남은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과분노를 느낄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분노를 품은 남은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복수하고자 하는 욕구를 발현하는 모임이 "디 아더 피플"이다. 이들은 가끔씩 사람간의 홍보를 통해서 존재를 알리기도 하지만 주로 일반적인 인터넷이 아닌 다크웹이라는 곳에서 비밀 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거래는 돈의 왕래없이 품앗이를 통해 성사된다.

얼마전 '서울역 묻지마 폭행사건'의 경우 경찰의 늦장 대응으로 피해자가 너무도 억울해 한 사연이 뉴스로 전파된 적 있다. 법을 통해 범인의 죄를 밝히려 했으나 경찰의 실수로 구속 영장이 기각되는 기가 막힌 사건이 발생했었다. 내가 그 피해 당사자라면 얼마나 열받았을까? 법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불평등한 결과를 가져올 때 사람들은 분노를 느낀다. 그 때 누군가가 와서 내게 "디아더피플"의 명함을 준다면 어떻게 할까?

이 소설에서는 서울역 묻지마 폭행보다도 더 억울한 일을 당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디아더피플의 존재를 알고 나서 그들에게 요청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묻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 게이브는 디아더피플에 요청을 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당연히 가해자 또는 범죄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소설의 첫 부분에서 그는 피해자로 나온다. 전혀 디아더 피플과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사람으로. 게이브는 집으로 급히 가는중 자기 앞의 차에 자신의 딸이 있는 것을 보고 납치 사건을 인지한다. 추격이 실패하고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부인과 딸이 살해당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전해지고, 곧 그는 살인용의자의 신세가 되고 만다.

과연 누가 게이브네 가족을 타겟으로 디아더피플을 움직이게 했을까? 아내, 아니면 장인 또는 장모? 아님 게이브 자신? 모두가 의심이 되는상황이 계속된다. 그로 부터 3년 후. 게이브는 살인 용의자에서 풀려났고 아내와 딸은 살해된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그는 딸 이지를 여전히 찾고 있다. 캠핑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누비며 자신이 목격했던 차를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사마리아인'이라는 수상쩍은 남자가 게이브가 보았던 차가 호수에 폐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곳에서 발견한 부패한 시체와 이지의 머릿방울. 게이브는 이지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고 그 차에서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소설은 게이브가 이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명의 디아더피플 멤버를 만나게 된다. 그들 각각이 게이브의 과거나 현재 사건과 연결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전혀 연관성 없는 여러개의 사건이 각각 진행되는 듯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한꺼번에 만난다. 그 지점에서 바로 이 소설의 에너지가 폭발하며 소설의 재미는 배가된다. 나의 추론과 소설의 진행이 어느 정도 맞아들어가게 되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이 소설은 454쪽으로 구성된 비교적 두꺼운 소설이다. 하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전혀 그 두께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다. 챕터가 짧은 편이고 여러 명의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내용을 따라가는데 피로감이 전혀 없다. 페이지 터너라고 하면 될것 같다. 궁금해하며, 추측하며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용의 연결이 완성되고 책이 끝나버린다. 나는 이런 소설들은 생각이 분주하고 마음이 안정을 취할 수 없을 때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럴 때는 책에 집중하기 어려워 약간의 피로감이라도 제공하는 책은 안 읽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싶지만 생각이 너무 많을 때 "디 아더 피플"의 줄거리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