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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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는 일본의 미우라 시온이란 작가가 쓴 소설이다. 미우라 시온은 2006년 나오키상, 2012년 '배를 엮다'로 서점 대상을 수상하였고,2015년에는 오다사쿠노스케상, 2018년에는 시마세연애문학상과 가와이하야오이야기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이다. 이 작품 '사랑 없는 세계'로 일본 식물학회 특별상을 수상하였고 서점 대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 까지 하였다. 일본의 문학상이라 사실 그것이 얼마나 큰 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유명한 작가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사랑 없는 세계'에서 주인공 후지마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엔푸쿠테이라는 식당에서 요리를 배우며 일을 한다. 단골 손님중 후지마루에게 궁금증을 안겨 준 사람들이 있었는데, 배달 업무를 광고한 날 그 중 우두머리인 듯한 한 사람에게 명함을 받는다. 검정 양복을 입고 다니는 그 사람은 T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였고, 그와 함께 오는 일행들은 실험실 대학원생들이었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된 후지마루는 검정색 양복을 매일 입는 이유를 그가 판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순수한 청년이었다.



첫 배달을 간 날. 처음으로 대학 건물을 간 후지마루는 얼마나 설레고 긴장했었는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하는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결국 문을 열지 못하는 일까지. . . 이런 묘사들이 너무나 실제적이라서 미소지으며 책을 읽었다. 그 날 문을 열어주고 걸어가는 대학원생 모토무라의 발뒤꿈치를 보고는 후지마루는 그녀에게 반해버렸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 모토마루는 특이한 캐릭터이다. 잎사귀의 기공이 너무 이쁘다며 사진을 티셔츠에 프린트해서 입었는데 그것은 입술을 연상하는 그림이었다. 어떤 날은 송이버섯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기도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후지마루는 그녀에게 반하여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3일만에 거절의 대답을 듣게 된다.



모토무라가 후지마루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녀가 다른 생물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바로 식물, 그 중에서도 "애기 장대"라는 식물이었다.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 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누구하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 안 할거에요


이 소설을 추천한 사람들중에는 식물 얘기가 많아서 살짝 지겨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그 이유중 하나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다. 갈등이나 사건을 많이 일으키지 않아서 깔끔한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만 쭉 걸어가는 일관성이 있었다. 애기 장대를 배양하며 사중변이체를 찾아내는 모토무라의 실험중에 그녀의 큰 실수를 발견한 순간이 있었다. 그 때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열정이 이끌어온 삶의 선택을 기억하며 변함없이 앞으로 직진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명깊었다.



또한 작가의 묘사가 너무도 섬세하여 내가 식물의 실험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식물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지식이 없는 내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실험에 대해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애기장대도 찾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미우라 시온의 글에서는 유머가 살아있었다. 글을 읽다가 주인공들이 멍청한 행동을 할 때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모른다. 억지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얘기를 듣다가 함께 깔깔 웃게 되는 경험에서 처럼 편안하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좋았고 왜 작가가 그토록 많은 상을 받는 작가인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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