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다 - 중국의 大문호 왕멍, 이 시대 젊은이들과 인생을 말한다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 / 들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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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지인의 소개로 이 책 제목을 접했고 나는 왕멍이라는 사람을 알아보기도 전에 이 책을 주문했다. 우선 믿을만한 사람의 소개였고 그 보다 더 매혹된 것은 바로 제목이었다고 하겠다.

“나는 학생이다”

그것은 평생을 배우는 것을 즐겨한 왕멍 작가의 고백이다.

나 역시 평생을 그런 자세로 살아보고 싶다.

배우는 것은 시작은 있을지라도 끝은 없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내 배움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아니 그 무엇이 아니라 배움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면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에 심리학을 공부를 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어떻게 써 먹을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뭐 그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그 자체로 참 즐거운 것을 경험했다. 그것이 사실 새로운 학문을 알고자 했던 개인적인 취미이자 누린 사치였다.


왕멍은 누구인가?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왕멍은 1934년 베이징에서 출생했다. 1948년 14세라는 어린 나이로 중국혁명에 뛰어들어 지하당원이 되었다가 1958년에는 우파로 낙인찍혀 16년간 신장에 유배되어 살았다. 1979년에 복권되어 1985년에 중앙위원으로 당선되었고 그 후 문화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왕멍은 중국현대문학사에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린다.

그의 삶의 역경을 통해 얻어졌던 인생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철학서쯤이라 보면 되겠다.

그래서인지 어른에게 말씀을 듣는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책의 많은 부분을 줄로 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줄을 긋다 보니 너무 많아져서 나중에는 자제하기도 했다.

그것 중에서 몇가지를 직접 발췌하여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리뷰해본다.

결국 책을 통해 얻은 것은 그의 삶의 자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경우가 참 많지만 어떤 경우 정치범으로 수감되었을 때 그 기회에 공부와 독서를 많이 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물론 그 수감된 생활의 고통은 말할 수 없는 큰 것일지라도 결코 인생에 있어서 낭비의 순간이 아니게 만들 수 있는 삶의 자세나 철학..그것을 더 많이 배웠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있게 자신이 평생 해 온 것이 바로 “학습”이었다고 말한다. 그 대답이 참 부러웠다.

그 경지가 어느 정도일까~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글 한장만 봐도 그는 배움이라는 단어 하나로 구구절절 감탄사를 쏟아낸다. 정말 배움에 대한 이렇게 극찬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생존’은 경시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문제이며 또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한 국가에서는 이미 단순히 산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또 만족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살아 있다면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존 다음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했는가’이다. 그것이 삶의 가치와 질을 결정한다.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묻는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아오면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묻는 것이다.

나의 경우 대답은 두 글자. 학습이다. 물론 나는 혁명에 참가했지만 그보다 일관되게 한 번도 쉬지않고 했던 일은 ‘학습’이었다. 나의 생활 구석구석에 녹아있는 인생의 줄거리는 바로 배움이다. 나는 배우는 것을 시종일관 멈춘 적이 없었고 그 가치나 의의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배움은 언제나 나를 고무시켰고 힘을 주었으면 존엄과 신념 즐거움과 만족을 주었다. 내게 배움은 가장 명랑한 것이며 가장 홀가분하고 상쾌한 것이다. 또한 가장 즐거운 것이며 가장 건강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티없이 깨끗하고 떳떳한 것이며 가장 진실한 것이다. 특히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역경에 처했을 때, 배움은 내가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구명부표였다.배움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의탁처이자 암흑속의 횃불과 같았고 나의 양식이자 병을 막아주는 백신과 같았다. 배움이 있었기에 비관하지 않을 수 있었고,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미치거나 의기소침해지거나 타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배움을 지속함으로써 나는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거나 무위도식하며 세월을 허송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에게 배움을 타인에 의해 결코 박탈당하지 않는 유일한 권리였다.


2. 같은 강을 두 번 건널 수 없다.


배움은 모든 것을 포괄한다. 생활은 바로 학습이고 학습은 바로 생활이다. 학습은 바로 성격이다. 자아인지, 고양과 발휘 및 자아억제, 자아완성은 모두 학습이다. 학습은 바로 성취이며 성취는 곧 학습이다. 학습한 것을 성취로 바꾸려면 적어도 성취를 얻도록 도와야 한다. 그 자체가 바로 가장 좋은 학습이며 이 학습을 실습이라 한다. 성취를 얻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존재하기에 더욱 큰 성취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계속 학습해 나가야 한다.착오 후 의 반성, 반성을 위한 노력, 보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잠시 기다릴 줄 아는 여유,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고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는 것, 이런 학습은 학위를 취득했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 바로 학습이며 인식이 바로 학습이며 사상이 바로 학습이라는 점이다. …..중략

이것저것 배우며 이것도 읽어보고 저것도 읽어보며 이 말도 저 말도 들어보며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라. 초보적인 그림을 그린 다음, 다시 그것을 자세히 수정 보완해서 완성시켜보라.P62


3. 입신경지에 이르기 위해

사람의 일생에는 소중한 기회가 많이 있다. 이 기회를 통해 당신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될를 터득할 수 있으며, 학문을 이룰 수 있다. 이 기회는 당신을 몰라보게 성장시키고 승화시키며 지혜와 광명을 획득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를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쳤는가?

훌륭한 학생은 독서와 생활을 연계시키는 사람이다. 심오한 이론, 미묘한 개념, 기이한 상상을 생활 속에서 승화시킨다.

P93


4 망각은 가장 좋은 인간관계다.


앞서 많은 말을 했지만 정작 가장 좋은 것은 아예 인간관계라는 것을 잊고 관계학을 잊는 것이다. 관계를 통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실은 막다른 골목에 빠졌다는 것이며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전력투구로 배움에 몰두하고 일에 노력하고 진실하고 성실하며 사람을 선하고 평등하게 대하며 언제나 건강한 심성으로 성취를 지향한다면 자연히 대인관계와 인간관계가 순탄해질 것이다. 순간 껄끄럽게 되거나 오해받는 것을 짧은 과도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관계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관계는 파생되는 것이며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관계란 소홀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너무 총명하고 타산적이어서 손해를 보는 것이 더 하책이다. P128


5. 갈등에 빠지지말라

올바른 인간관계는 애써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심히 이루어진다. 그것은 하나의 학문이나 기교라기보다는 하나의 수양이다.

인간관계의 법칙은 알면 알수록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자기의 주관과 진정한 가치 추구가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가 이상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둔 채 신경을 끊고 천천히 기회가 올 것을 기다려라. P143


6.인생의 부정원칙

한마디로 가치란 아주 다양하다. 행복에 대한 표준 또한 나름대로 다르다. 그러나 금지된 일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의의있고 가치있는 인생은 다양하며 확정된 규칙이 없지만 의의없는 죄악의 인생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하지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은 고금을 통해 도리를 아는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이다. 나는 아주 간단하게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사람, 부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사람,유언비어를 날조하지 않는 사람, 자기의 인격과 영혼을 팔지 않는 사람, 유언비어를 날조하지 않는 사람, 자기의 인격과 영혼을 팔지 않는 사람이 바로 좋은 사람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 나쁜 사람의 특징은 무슨 짓이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저지르면서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하는 것이다.

P174


7. 멋지게 살아라


역경에 처할수록 생활의 기쁨을 추구하야 하고 학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리 악한 사람도 생활의 기쁨과 취미를 파멸시키지는 못한다. ‘문화대혁명’시기에 나는 신장의 농촌으로 유배당했다. 창작의 권리와 정치에 참가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다. 나의 앞날은 캄캄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즐겁게 생활했고 의미있게 생활했다. 나는 소수민족 농민들과 함께 먹고 자고 일했다. 나는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농촌의 특색이 있는 요리법을 배우는 것에 취미를 붙였다. 나는 신장의 자연풍경에 반했고 그곳의 우유와 말젖 차에 입맛을 붙였다. 나는 주먹밥을 먹고 고기를 손으로 뜯어 먹고 크림에 수제비를 말아먹는 데도 익숙해졌으며 걸쭉한 옥수수 가루 죽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숲을 거닐다가 설산에 오르기를 좋아했으며 말을 타고 무한하게 펼쳐진 초원을 거닐며 새로 배운 신장의 민요를 불렀다. 고양이와 닭을 길렀고 채소를 저장하기 위한 움도 팠다. 많은 소수민족 친구를 사귀었으며 그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그 누구 집의 문고리를 열고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나의 친구가 있었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게 되었다. 고난 속에서도 기쁨을 찾는 것은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살아있음 그 자체에서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대로 고난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며, 고난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고난 앞에서 절대로 눈물 콧물 질질 짜며 한탄만 해서는 안 된다. 생활의 힘은 당신을 괴롭히는 고난을 이기게 한다. 당신을 못살게 구는 악의 힘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승리는 당신이 멋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P265


8. 인생의 연소원칙

당신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몇십년 생명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신은 덕망이나 공훈, 학설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의 에너지는 충분히 방출해야 한다. 당신의 모든 노력은 보답이 없을 수도 있다. 예술 창작에 투신했3지만 인정받지 못했거나 경경에 투신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거나 전투에 참가했지만 패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을 결재하는 날에 자신 있게 전력투구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P277


9. 자기의 표준으로 생각하지 말라.


사람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착오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기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힘을 과소평가한다. 둘째는 자기를 표준으로 삼아 다른 사람을 잰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종종 요행 심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P286


10. 절대 포기하지 말라

중국 속담 중에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추진한다”는 말보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비장한 말은 없다.

P 289


11.삼십대의 당신들에게 주는 조언


사업과 업무를 중시하되 다른 사람이 자기를 승인하는가 승인하지 않는가에는 눈길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깨알만한 관직인데다 나이까지 젋었으니 남들이 반드시 인정해야 할 의무가 없다. 인정하든 말든 모든 것은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P386


12. 기회란 자본주의의 모순


세상에는 필연에 따라 결정되는 많은 사실 외에도 기회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있다. 기회가 오면 한 번 웃으면서 그 기회를 이용하고 기회를 잃게 되어도 한 번 웃는 것이 좋다. 기회는 다만 기회일 뿐이다. 기회의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 같은 것은 완전히 운에 달렸다. 하지만 자기 능력과 분투를 통해 성공의 기회를 획득한다면 우연한 계기로 성공하는 기회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다. 즉, 기회를 멀리하지도 기회를 거절하지도 않지만 단순하게 기회만 믿지는 않아야 한다.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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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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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들은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섬세한 도시들에 대한 독특한 스케치를 통해 도시에 대한 의미를 감각적으로 통찰하도록 한다.평생을 환상적 글쓰기를 지향했던 칼비노가 추구한 것

그에게 환상은 현실을 더 잘 파악하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 가벼워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칼비노는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이 책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도시는 기하학적 합리성과 인간 존재들의 뒤얽힘 사이의 긴장을 표현할 수 있는 보다 큰 가능성을 부여해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한 번에 몇 줄 씩, 마치 시를 쓰듯 여러 가지 영감에 따라 썼다. 어떨 때는 슬픈 도시들만이, 어떨 때는 행복한 도시들만이 머리에 떠올랐다. 하늘에 뜬 별과 황도 십이궁을 도시와 비교해 보는 시기도 있었고 매일 자신의 공간을 넓혀가는 도시의 쓰레기들을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이 책은 내 기분과 사색에따라 조금씩 기록해 가는 일기 같은 것이 되었다.”


내가 읽으면서 느낀것이지만 정말 언어들이 참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정원에  퇴락해 가는 제국 타타르의 황제 칸과 베네치아의 여행자 마르코 폴로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르코 폴로는 황제의 요청에 따라서 자신이 여행했던 도시들의 이야기를 황제 앞에 그림을 스케치하듯이 풀어놓고 그러면 황제는 그것을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한다.

둘의 대화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의 묘미는 무엇인가?

내가 가보지 않는 곳을 그의 이야기에만 온전히 의지하여 볼 수 있는 것인데..책에서도 나오지만 상상하는 자의 특권은 그 이야기를 통해 더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그가 도시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도시를 미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칼비노는 도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도시는 기억, 욕망, 기호 등 수많은 것들의 총채이다. 도시는 경제학 서적에서 설명하듯 교환의 장소이다. 하지만 이때 교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언어, 욕망,추억들도 교환될 수가 있다.

칼비노는 “책은 시작과 끝이 있는 무엇인가이며 독자가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심지어 길을 잃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출구를 혹은 여러 개의 출구를 찾는 .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 가능성을 찾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독자는 작가로부터 의미를 전달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작가와 함께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쿠빌라이가 소중하게 생각한 것은 의미를 분명하게 전할 수 없는 보고자가 전해 주는 모든 사실이나 정보 주위에 남아있는 공간, 말로는 채울 수 없는 여백이었다.

마르코폴로가 자신이 방문한 도시를 보여주는 묘사는 이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그 도시 한복판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고 거기서 길을 잃기도 하고 걸음을 멈추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킬 수도 혹은 달음박질로 달아날 수도 있었다…. p 52


:도시와 눈들 2

젬루데 시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형태가 바뀝니다. 만일 도시를 지나가면서 휘파람을 불다가 얼굴을 들면, 폐하께서는 아래에서 위로 도시를 보실 수 있습니다. 창턱, 바람에 날리는 커튼, 뻗어나오는 분수의 물줄기가 보일 겁니다. 만일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꽉 쥐고 걸어간다면 폐하의 시선은 땅바닥과 개울, 하수구 뚜껑, 생선 비늘, 종이 쓰레기 들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가 도시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래쪽의 젬루데에 가라앉은 채 매일 같은 거리를 지나고 아침이면 담벼락 아래 달라붙어 있는 전날의 불쾌한 찌꺼기들을 발견하며 도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특히 위쪽의 젬루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p84


: 마르코폴로가 돌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다리를 묘사한다.

“그런데 다리를 지탱해 주는 돌은 어떤 것인가?”

쿠빌라이 칸이 묻는다.

“다리는 어떤 한 개의 돌이 아니라 그 돌들이 만들어내는 아치의 선에 의해 지탱됩니다.”
마르코가 대답한다.

쿠빌라이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이렇게 묻는다.

“왜 내게 돌에 대해 말하는 건가? 내게 중요한 건 아치뿐이지 않는가?”

폴로가 대답한다.

“돌이 없으면 아치도 없습니다.”

p 107



: 폴로:다른 도시들이 지닌 특징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잠재하는 최초의 도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제게 그 도시는 베네치아입니다.

“칸:그렇다면 자네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베네치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도시에 대해 자네가 기억하는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묘사해야 했을 걸세”

폴로:

기억속의 이미지들은 한번 말로 고정되고 나면 지워지고 맙니다. 저는 어쩌면 베네치아에 대해 말을 함으로써 영원히 그 도시를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다른 도시들을 말하면서 이미 조금씩 잃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p113


:도시와 죽은자들2

‘살다보면 자기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날이 찾아오게 돼, 그러면 마음은 다른 얼굴, 다른 표정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 새로운 얼굴을 만날 때마다 거기에 옛 형상을 새기고 각 얼굴에 가장 적당한 가면을 찾게 되지’

p122


이 세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쿠빌라이 칸의 제국은 현재 세계처럼 사람과 도시로 밀집되어 있고 계급화되어 있으며 물질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혼돈의 제국이다. 쿠빌라이는 제국이 자체의 무게 때문에 질식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연처럼 가벼운 도시를 꿈꾼다. 현실의 무게를 벗어난 가벼운 도시는 칼비노가 원하는  또 다른 유토피아이다.

미래의 도시 역시 현재와 같다면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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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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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했는데 좋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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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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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이 책의 제목은 여러번 들었었는데..제목 속에 책이나 혹은 독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나는 보통 두 가지의 마음이 든다.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은 독서에 대한 의리 비슷한 것, 그러나 왠지 뻔할 것 같은 내용에 대한 지레 두려움

아마도 그런 두 마음으로 미루던 책 과의 만남을 나는 올 가을에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그래 간서치’ 하며 반가워 웃고 ,이웃 블로거님의 ‘감히간서치’라는 네임명이 얼마나 좋은것인가 생각해보며..

나는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이덕무가 마치 벗을 가까이 하듯 나도 옆에 두며 종종 함께 했다.

이 책을 만나고 벌써 몇번의 책을 읽고 독서리뷰를 올렸으나 이 책은 미뤄두고 있었던 중이다.


나는 책만 보는 바보


그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햇살과 함께 감미로운 책읽기를 하며 성장했고 책에 정신이 팔리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책만 봐도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책을 보다가 큰 뜻이라도 깨치면 그 내용을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거나 웅얼거리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를 ‘간서치’라고 놀리는 것이다. 어딘가 모자라는, 책만 보는 바보라는 말이다. 이덕무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그를 보면 나의 책 사랑은 흉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책읽기에 그리 빠져보지는 못하였다. 그저 ‘아 그럴수 있지’ 정도로 책 읽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조금 헤아릴 뿐이다.


[나는 책 속에서 소리를 듣는다. 머나먼 북쪽 변방의 매서운 겨울바람 소리, 먼 옛날 가을 귀뚜라미 소리가 책에서 들린다. ...책 속에는 또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세상살이와 사람살이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있고 그늘진 신세를 한탄하는 울적한 목소리도 있다….나는 또한 그림을 보듯 책을 본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울창한 숲을, 책은 나에게 보여 준다. 그 숲으로 한 발 내디뎌 본다.높이 뻗은 아름드리나무들은 하늘마저 조각내 새롭게 보이게 하고, 채 마르지 않은 아침 이슬은 내 무릎을 적신다.어떨 때에는 책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사람의 손때와 먼지, 습기를 머금은 책 특유의 냄새가 아니다. 자연이 저마다 독특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그런 냄새이다 p52]

책을 대할 때마다 이렇게 눈과 귀,코, 입 등 내 몸의 모든 감각은 깨어나 살아 움직인다. ㅇ책 읽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주는 이덕무의 경험담이다.


이덕무가 더욱 신기한 것은 그의 벗들이다. 그 사람을 보면 벗을 보라했지 않나.

이덕무는 생소해도 그의 벗들은 익히 더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연암 박지원,박제가,  유득공, 또 백동수는 그의 벗이자 처남이었다. 그들은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또 눈빛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들이었다.



연암과 박제가는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늘 조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의 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였다. 그래서 중국을 자주 다녀와서 글을 쓰곤 했다.

박제가는 종종 이런 말을 하였다.

“이 곳에 올 때마다 도무지 가슴에서 불이 나 견딜 수가 없습니다.”

조선에서는 선비가 장사에 나서는 것은 물론, 상점에서 상인과 흥정조차 할 수 없었는데 그 넒은 땅 대륙에서는 누구나 장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본 박제가는 가슴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었다.가슴에는 대륙을 품고 눈은 조선에 있었던 그들.그래서 조선으로 돌아와 보고 들은 것을 책으로 정리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그것이 <북학의>인 것이다.


또 벗 유득공은 발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유득공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고구려와 발해의 사라진 옛 영토만이 아니었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는 ‘발해 사람 셋이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말이 있건만 , 그 핏줄이 흐르고 있을 우리 조선인들은 발해인을 몰랐다. 드넓은 대륙을 누비던 씩씩한 기상도 잃어버리고, 어느새 우리는 큰 나라의 눈치만 보면서 살아가는 데 너무나 익숙해 있었다.그런 안타까운 마음으로 쓴 것이 바로 <발해고>이다.


그러나 그가 정말 책만 보는 바보였을지라도 늘 마음 속으로 고민이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가장 비참한 것은 쓰일 데가 없다는 것이다. 책만 파고들면 무엇 하나? 내 말과 글로는 세상을 조금도 바꾸어 놓치 못하는 것을, 몸을 움직여 할 줄 아는 일이 무엇이던가? ]


진정한 책읽기는 머리로 머물지 않는다. 가슴을 울리며 꿈을 키우며 손과 발로 움직여지는 것이리라.책이라는 것은 얼마나 좋은 벗이던가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반드시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우리는 옛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받는다.

옛사람들의 살아온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들,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시간..그리고 나도 아이들에게 나의 시간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먼 훗날의 누군가에게도 그 시간을 나눌 수 있다면..그 시간들 속에서 모두 벗하게 되겠지.


1793년 1월 25일 아침, 이덕무는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쉰세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덕무가 세상을 떠나고 이태 뒤인 1795년 4월 정조는 이런 명을 내렸다.

“지금 책들을 펴내는 것을 보니, 고 검서관 이덕무의 학식과 능력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와 아들이 상을 마쳤다고 하니, 이광규를 검서관으로 특별히 임명하라. 그의 집안 형편으로 어떻게 유고 문집을 간행할 수 있겠는가? 책을 간행하기 위해 오백 냥을 특별히 내리니, 다른 신료들도 모두 도와서 속히 인쇄에 부치도록 하라.!”
이렇게 탄생한 것이 이덕무의 유고집<아정유고>이다. 정조는 이덕무가 시를 지어 낸 종이에 우아하다는 뜻의 ‘아’자를 크게 써 주었고 이를 기념하여 이덕무는 호를 아정이라 하였다.

그 외에도 70여권의 방대한 이덕무의 유작들이 남겨졌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 그리고 책에 대한 남다른 사랑..그 속에서 나의 책읽기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치 이덕무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방향에 몸을 틀어가며 책을 하듯이..따라로운 햇살을 받으면 즐거운 책읽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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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성인학습 및 상담
가영희 외 지음 / 동문사(교재) / 2013년 2월
평점 :
판매완료


성인학습, 평생학습 과목을 공부할 때 참고하면 유익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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