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 사랑 편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하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창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도전하는 것마다 후회하느라 고민이 많아서 정말 외로웠을 때, 여느 때처럼 교보문고에서 서성이다가 내가 좋아하는 녹색 계열의 예쁜 책표지에, 나를 위로해주는 문구의 책을 봤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그 자리에 서서 한장 두장 넘겨가며 열심히 읽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으나 사지 않았다. 제목처럼 누군가에게 꼭 선물을 받고 싶은 책이었기에, 내가 산다면 더 외로울 것 같았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리고 한 달? 두 달쯤 후였나 이번엔 빨강색의 강렬한 표지를 가진 똑같은 이름의 책이 또 나왔다. 이건 뭐지 싶었는데 지난번 녹색은 '인생편', 이번엔 '사랑편'이었다. 역시나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읽게 되었다.
 

 으음 그런데 난 그 '처음'의 감동을 잊기가 쉽지 않은가보다. 녹색의 '인생편'이 훨씬 더 공감되고 좋은 내용이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혹시 나만 그런가했는데 동생도 읽어보더니 '언니 언니 왜 인생편을 안 사고 사랑편을 사왔어'하며 나에게 쏘아 붙였다.

 그래도 우리 자매는 이 시집의 제목에 무한한 위로를 받았기때문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좋은 책이라고 자부한다. 히히. 인생편에 비해서 덜 끌린다는 것이지 사랑편이 안 끌린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좋은 시가 꽤 있어서 몇 번씩 읽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이 시 좋다 하고 지은이를 보면 내가 좋아하는 시인도 있었기에 몰랐던 시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외국 작가의 작품 중에도 좋은 것이 참 많았지만, 나는 한국인인 걸 숨길 수가 없는지 한국 정서가 들어간 시에 더 끌렸다.

 지금은 나의 책장 제일 앞에 꽂혀있는 이 시집, 버스 이동 시간에 읽기 딱! 좋다. 잘못하면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려서 졸기도 하지만.. 하하핫.
 

 p.160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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