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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평점 :
프랑스 여성작가의 소설인 색감이 아름다운 표지의 작은 책, 마리 르도네의 장엄호텔
열림원의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은 지금까지 8권이 있는데 장엄호텔은 두 번째 소설이었다.
장엄호텔 첫 장을 읽자마자 장엄호텔에 들어선 것처럼 머릿속에 호텔 모습이 그려졌다.
장엄호텔의 원작은 [Splendid Hotel]이었는데 '정말 좋은, 훌륭한, 인상적인' 뜻이었다.
번역된 우리나라의 [장엄호텔] 또한 웅장하며 위엄 있는 뜻이지 않을까.
하지만 책의 첫 장만 읽어보아도 제목과 표지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의 호텔이었다.
할머니의 유산인 장엄호텔을 막내딸인 '나', 화자가 상속받게 되고
두 언니인 아다와 아델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나'
할머니가 죽은 뒤부터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다.
쉴 새 없이 변기를 뚫어줘야만 했고, 습기 때문에 벽지는 일어났다.
장엄호텔은 지하수 지반 위에 세워졌다. 그건 할머니의 잘못이다.
누구도 늪지대에 호텔을 지은 적이 없었다.
자기만의 호텔을 갖는 것, 그건 그녀의 오랜 꿈이었다.
잘해보자고 한 일이었다.
그녀는 방마다 세면기를 설치했다. 그 시절 이 지방에선 유일한 것이었다.
그녀는 장엄호텔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p.11
늪지대에 지어지고 성한 곳이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의 호텔이지만 덤덤하고 꿋꿋이 호텔을 이끌어 나간다.
책표지에 적힌 것처럼 장엄호텔은 한 인간의 생명과도 같았다.
처음엔 꽤나 그럴싸한 호텔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낡고 고장 나며 위태로워진다.
인간 또한 나이가 들며 크고 작은 병으로 고생하고 몸도 하나둘씩 성한 곳이 없어진다.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환경과, '나'에게는 끈질기게도 다양한 불행들이 찾아오지만 묵묵히 살아간다.
장엄은 밤낮으로 열려있다.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다.
호텔로 오는 길목에 눈이 쌓였다. 장엄에서는 늪이 잘 보인다.
눈에 덮여도 늪은 늪이다. 할머니의 사업가 다운 정신 덕분에 이 고장의 늪 중에서 호텔이 있는 유일한 늪이다.
늪지대 어디에서도 장엄이 잘 보인다. 밤이면 네온사인이 빛나 아주 멀리서도 잘 보인다. 하늘과 눈 위에 두 점이 있다.
그건 장엄의 네온사인이 반사된 빛이다.
p.170
책을 읽다 보니 이야기와는 상당히 상반되는 알록달록한 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영화는 한두 편 정도만 봤었는데 프랑스 책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기분도 들었고, 끝없는 불행 속 이야기로 유쾌하고 밝은 책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묘사를 통해 작품에 흡수되어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