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왜인지 시가 싫었다. 그냥 마냥 싫기만 했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나온 뒤로 사람들은 감성적인 글을 멀리하게 되고 낯간지러워 했다.
나 또한 그랬으며 왠지 그럴듯해 보이려 하는, 시는 허세 같은 존재였다.
나이를 한 살씩 먹고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시의 진가를 알게 됐다.
시에 나오는 표현들이 아름답고 감격스러웠다.
평소엔 잘 쓰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 단어와 문장들이 이질감 없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내는 시가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그렇게 시에 스며들어 하나둘씩 시집들을 찾아 읽어보게 됐다.
오글거려 하고 낯설어 하던 내가 부끄러워 질만큼 세상엔 아름다운 시들이 많았다.
그중 서울셀렉션 시인선 001, 류미야님의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도서의 표지색상은 진한 파란색에 분홍빛 제목, 자칫 시리고 차가워 보일 수 있는 시집이었다.
두껍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어디서든 시 하나쯤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가 허세라고 느껴지고 오글거린다고만 생각했던 시를 이젠 언제, 어디서든 읽어보려 한다.
문득 아무렇게나 펼친 책장에는 따뜻한 시 하나가 담겨있었다.
이로써 차가워 보였던 파란색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색이 된 것 같았다.
<꽃과 책>
바람이
넘겨보는 꽃잎은
시간의 책장
생각이
넘겨 가는 책장은
시간의 꽃대
각자는 절로 꽃 피어
서로 닮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