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사계절 그림책중에 제일 먼저 만난책이 가을 편인 <바빠요 바빠>이다. 겉표지 부터 가을 냄새가 물씬풍겨나는데 그 그림을 보면서 어렸을 때 가을걷이 하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돌아 가셨지만 할머니가 살아계셨고 콩이며, 고추며, 깨, 옥수수등 가을에 거둬들이는 곡식들을 들에서 가져오면 할머니께서는 집에서 가만가만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시며 콩깍지도 까고 고추도 말리시고 옥수수도 다음해에 심기 위해 두개씩 묶어서 줄에 길게 메달아 놓기도 하셨다. 지금도 가을이 되면 많이 바빠진다. 하지만 예전처럼 많이 바쁘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람이 했던 일들을 기계가 대신 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가을은 풍성하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빨갛게 익은 감, 길가에 널어진 빨간 고추, 줄에 걸려 있는 노란 옥수수.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가을에 권할 만한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