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명자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4
장경선 지음, 강창권 그림 / 리틀씨앤톡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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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명자

편지글의 제목처럼, 마치 멀리 떨어져 있는 명자에게 “명자야, 잘 지내고 있니?”라고 건네는 인사 같다.
이 작품은 12살 소녀 명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제강점기 말기와 1945년 8월 15일 해방 전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름 한 조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장경선 작가. 역사 동화를 많이 쓴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작품 중 한국전쟁을 다룬 《소년과 늑대》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안녕, 명자》 중 한 권을 고르기로 했다. 먼저 《소년과 늑대》를 읽었지만, 여섯 편의 단편 동화로 구성되어 있어 발제문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안녕, 명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삶은 언제나 시대의 흐름과 맞물려 시작된다.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할 시기에는 부모의 뜻과 시대 상황이 겹쳐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명자의 삶 역시 그러했다. 일제강점기라는 우리나라 최악의 시대 속에서,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아버지와 오빠가 일하던 사할린으로 이주하게 된다.

한동안 가족이 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듯했지만, 아버지가 병에 걸려 치료를 위해 경주로 떠나면서 평온은 깨진다.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사할린에서 캐낸 석탄을 본토로 옮기지 못했고, 결국 오빠를 일본으로 징집했다. 전쟁은 한 가족을 무참히 흩어놓았다.

그리고 찾아온 일본의 패전과 조선의 해방. 그러나 명자에게 그 ‘해방’은 오히려 더 큰 불행의 시작이었다.
조선인을 ‘소련 스파이’라 모함하며 집단 학살하는 비극이 이어졌고, 친구 순이가 죽은 뒤 까마귀에게 뜯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명자의 눈앞에는 참혹한 현실만이 남았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고, 또 죽이는 잔혹한 게임 같았다.

명자는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탈 기회가 있었지만, 나쁜 일본인 기미코의 배신으로 그마저 무산된다. 조선인을 도와주는 일본인도 있었지만, 이유 없이 괴롭히고 목숨을 앗아가는 일본인도 많았다. 필요할 때는 부려 먹고, 전쟁이 끝나자 버리고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결코 인간적이라 할 수 없었다.

2년 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 우리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가 떴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이제는 우리나라가 강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엔 나라도 없고 힘도 없었다. 그런 시대를 살아낸 조선인들의 삶은 참으로 처절했다.

해방 이후에는 ‘무국적자’라는 이유로 소련인이 되기를 강요받는다. 살아남기 위해 명자는 소련 국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그런 기구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조선인 학교를 세우며 꿋꿋이 살아간다. 다행히 오빠가 사할린으로 돌아와 다시 가족이 함께할 수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안녕, 명자》의 주인공은 지금도 사할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고향 땅을 그리워한다니, 언젠가 꼭 한 번 고향을 밟을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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