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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유실물 보관소 ㅣ 다릿돌읽기
고정욱 지음, 이경석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고정욱 작가의 『유령 유실물 보관소』는 학교에 떠도는 유령 소문에서 시작된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지만, 믿는 아이도 있고 거짓말이라며 무시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학교가 텅 비고 어두워진 밤이 되면, 진짜 ‘유령’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바로 오랫동안 잊힌 유실물들이다.
오리털 파카, 장화, 연필, 우산 등 다양한 유실물들은 주인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서로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주인과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간직한 존재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복도 저편에서 실제 유령이 나타나고, 곧이어 지진까지 발생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실물 보관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유실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이들은 단순히 ‘잃어버린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 버려졌다는 상실감과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 존재들이다. 오랫동안 잊힌 유실물들은 서로를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특히, 유행이 지나거나 조금 낡았다는 이유로 버려진 물건들이 느끼는 감정은 우리 사회의 ‘소비 문화’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요즘 아이들은 쉽게 새로운 물건을 사고, 이전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장면을 통해 독자들은 물건 하나하나에도 추억이 깃들어 있으며,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또한, 유실물들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애타는 마음을 품고 있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물건의 감정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잊히는 존재들, 혹은 소외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유령 유실물 보관소』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물건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물건을 쉽게 버릴까?’ ‘그 물건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이 새 학기마다 새 학용품을 사고, 유행이 지나면 물건을 버리는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유실물 보관소 속 물건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물건을 아껴 쓰고, 필요 없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
더불어, 유령의 정체와 지진이라는 위기 속에서 피어난 유실물들의 감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을 버린 주인을 미워하는 대신, 주인이 무사하길 기도하는 유실물들의 모습은 따뜻한 감동을 주며,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이 책은 유령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어린이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면서도, 물건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고정욱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문체, 그리고 감성적인 스토리 전개가 잘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주변을 돌아보며 혹시 잊고 지낸 물건은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물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이 가진 물건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