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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여행 ㅣ 노란상상 그림책 116
파울리나 하라 지음, 임효영 그림, 김정하 옮김 / 노란상상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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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여행』은 칠레의 글 작가 파울리나 하라와 한국의 그림 작가 임효영의 협업으로 탄생한 그림책입니다. 두 작가는 한-칠레 양국의 출판사와 함께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시작된 글과 한국 작가의 섬세한 그림이 어우러져,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애틋함을 담담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할아버지는 마지막 기차 여행을 떠나며 삶에서 겪었던 소중한 순간들과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여정을 상상하며, 눈을 감은 할아버지가 시간 저 너머의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고 믿습니다. 그 길의 끝에는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고, 마침내 할아버지는 그들과 재회하며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이 책은 단순히 죽음을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떠나간 이를 사랑과 기억으로 따뜻하게 보내주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할아버지가 삶의 추억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기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그리움과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할아버지의 기차 여행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이의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 아이의 마음 속에서 할아버지가 단순히 "떠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가는 "여행자"로 그려지는 점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9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던 분이셨고, 마지막으로 손을 잡았던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책 속의 아이처럼 저도 어릴 적에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말을 들으며 상상 속에서 그곳이 어떤 곳일지 그려보곤 했습니다. 할아버지도 이 책의 이야기처럼 삶의 여정을 돌아보며 기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셨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소중한 이와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선물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그림과 글이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기억을 통한 연결로 묘사한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담은 그림책 『할아버지의 여행』 은 그리움과 위로를 담아 당신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