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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ㅣ 창비청소년문학 130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강은지 작가의 『루시드 드림』은 창비 ×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어른들이 모두 잠든 세상에 남겨진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과 생존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이야기는 강석과 강희 쌍둥이 남매를 중심으로,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서로를 지키고 보살피며 자립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풀어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보호 없이 맞닥뜨린 혼란 속에서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정의해 나가며 진정한 책임과 연대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가까운 미래, 미지의 바이러스가 퍼지며 어른들은 깊은 잠에 빠져버립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부터 지쳐 있던 어른들은 도망치듯 꿈속으로 잠적해 버리고, 남겨진 아이들은 무너져버린 질서 속에서 생존의 위협과 마주하게 됩니다. 주인공 강석과 강희는 잠든 어머니를 지키며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부터 공동체를 만들고 지키는 일까지 모든 상황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들은 생필품을 찾아 나서던 중, 인천에 어른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다른 어른들도 깨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습니다.
그러나 잠든 사람들을 깨우려는 여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존과 약탈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강희는 친구 윤서와 함께 여러 시련을 겪습니다. 윤서는 꿈에서 깨어난 경험을 통해 꿈속의 사람들을 깨울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윤서는 자신이 ‘루시드 드리머(자각몽을 꾸는 사람)’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아이들은 이 현실을 변화시킬 마지막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윤서가 잠든 상태로 부모님을 잃고 꿈속에서 돌아왔을 때입니다. 윤서가 꿈의 세계에서 돌아와 루시드 드리머로서 자각몽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더 많은 사람들을 꿈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바이러스로부터 해방되려는 윤서의 의지는, 모든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아이들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또 다른 장면은 강희가 자신의 욕구와 본능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지키고자 결심하는 순간입니다. 그가 지킬 것이 늘어날수록 더 좁아지는 시야를 느끼지만, 타인을 위해 이기적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 순간 진정한 ‘어른’의 역할을 깨닫습니다. 어른이 되길 원했으나 두려웠던 강희가, 비록 약하지만 함께 하는 힘이 중요함을 깨닫고 자립과 책임을 감수하려는 결심은 청소년의 내면 성장과 성숙을 잘 보여줍니다.
『루시드 드림』은 어른의 부재 속에서 어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그동안 어른들의 보호에 익숙했던 아이들은 바이러스 이후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어른’이 되어갑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자동으로 얻어지는 타이틀이 아닌, 스스로 책임을 짊어지고 다른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과 결심이 어른의 핵심임을 말해줍니다.
또한 아이들이 꿈과 현실을 오가며 경험하는 긴장감은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내 꿈에 잠식되지 않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잠들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대목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살아가기 어렵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루시드 드림은 감정의 섬세한 묘사와 서정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며,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게 ‘책임’과 ‘성장’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다해 나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며, 가슴 깊이 용기와 희망을 심어 줍니다.

창비 출판사에서 스페셜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