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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흐르는 대로 -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고건녕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해들리 블라호스의 『삶이 흐르는 대로』는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에세이로,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중요한 교훈을 전해줍니다. 저자는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섬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극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 속에서 더 선명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블라호스는 스물둘에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첫발을 내딛었고, 그 이후 많은 환자와 가족을 지켜보며, 죽음을 둘러싼 여러 오해와 진실을 경험합니다. 책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그녀가 호흡 곤란을 겪는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입니다. 그 상황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저자에게 의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통증을 없애고, 환자가 원하는 것을 하게 돕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이 순간은 그녀가 단순한 의료적 조치를 넘어서, 환자의 편안함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호스피스 간호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17세 소년과의 만남입니다. 소년은 블라호스에게 “내가 떠난 후에도 선생님께 달달한 것을 보내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타인에게 선물을 남기고자 하는 소망을 보여줍니다. 이 소년의 다정함은 죽음이 항상 슬픔만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에게 의미와 사랑을 남길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p.66~67
나는 미래를 두려워할 시간에 오늘을 살자는, 호스피스 일을 시작할 때 나 자신과 약속을 떠올렸다.
🔖p.112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모든 게 지나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 여정은 무척 힘겹고 막막하다.
🔖p.146
처지가 어떻든 간에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단 사실을 매번 깨닫게 됐다. 어떤 울타리도 자연의 섭리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만큼 튼튼하진 않았다. 죽음이 임박하면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걸 원했다. 그건 바로 관심과 위로 그리고 유대감이었다.
🔖p.168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워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p.321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책은 죽음이 더이상 의학적 실패나 고통으로만 여겨질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환자들은 죽음을 맞이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시간 동안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저자는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단지 생명의 끝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선사하는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식이장애를 앓았던 환자가 남긴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을 걸 그랬나 봐요”라는 후회는 현재를 살면서도 우리가 자주 놓치고 있는 작은 즐거움과 사랑의 순간들을 상기시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죽음은 더이상 두렵거나 비극적으로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죽음 앞에서 환자들이 전한 이야기는 남은 이들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블라호스는 삶의 끝에서 비로소 명확해지는 것들, 즉 가족, 사랑, 그리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삶이 흐르는 대로』는 우리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책입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희망과 위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떻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며, 삶의 순간들을 더욱 진심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