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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 ㅣ 한울림 지구별 동화
문은아 지음, 이명희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9월
평점 :
문은아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은 세월호 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배경으로 하여,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동화입니다. 이 책은 세월호 7주기 때 제주 세월호 기억관에서 열린 낭독회에서 발표되었고, 이후에는 낭독 뮤지컬로도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를 동화로 새롭게 쓴 것입니다. 이 작품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환상적인 모험을 통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책의 시작은 세월호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작가는 이를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나갑니다. 연지가 경험하는 물속 세계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공간으로, 독자들에게 짜릿한 판타지 모험의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감동을 줍니다. 연지는 물속에서 오빠를 찾는 여정을 통해 자신의 깊은 상처를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합니다.
'매직타임 워터랜드'는 물리적 법칙을 초월한 공간으로,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를 통해 연지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되돌아봅니다. 특히 "숨을 준비는 되었겠지?"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닌, 연지가 과거의 아픔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p.61~62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기억이 있는 거야. 아프고 슬픈 기억은 더 짙은 그늘 속에 숨게 마련이지. 그러니 힘들면 억지로 기억해 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세월호의 기억은 차마 애써 꺼낼 수 조차 없는 아픔이기에 더 마음이 아팠던 책 속 문장입니다.
🔖p.87
"그날 그때처럼 오빠를 놓치고 싶지 않았거든."
이 짧은 문장에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장에 그날의 간절함이 그대로 전달되어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p.90
"오빠는 사라지는 게 아니야. 조금 먼 곳에 숨어 있을 뿐이야."
🔖p.94
"저기 보이는 무지개 다리 너머 ... 거기에서는 모두 행복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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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
부디 행복하기를 ...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기도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면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상처를 직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습니다.
작가는 연지를 통해, 우리의 아픔을 단순히 외면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의 아픔을 기억함으로써 비슷한 비극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전달합니다. 이는 개인적인 상처를 넘어서 집단 기억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아픔과 상처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지의 여정은 단순히 판타지 속 모험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통과의 싸움을 상징합니다. 문은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 상처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한편, 그 상처를 직시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이상한 나라의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상실의 아픔 속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고통을 직면함으로써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