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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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우리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다.

이 책은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주변을 조금 더 편안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는 '충분히 열심히 달려 왔으니까 쉬어 가라'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같이 개인을 토닥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네가 생각을 바꿔 먹으면 세상은 좀 더 쉬워 보일거야. 그러니까 당장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 놔'라며 실천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고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작가가 글에서 드러낸 네 가지 경험은 작위적이지 않다. 작가가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진솔히 적은 듯한 이 글을 읽다 보면 아주 연약한 존재인 우리가 사실은 서로에게 많이 기대어 있었음을, 그리고 서로 연결되어 지지해 주고 있었음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2 MZ 세대에 대한 흔한 편견 빠샤!

희한하게도 나는 에필로그를 읽다가, 그간 내가 가졌던 답답함이 그간 무엇이었는지 조금 알아차렸다. 꽤 오래 전부터 우리 세대는 MZ세대라고 주목 받았고, 그 덕(?)에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과 사회에서의 역할들이 달라졌다는 기사나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이들은 우리 세대가 가진 가능성을 높이 사 주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은 기존 질서나 관습이 옳지 않다 말하고 직접 움직이는 우리 세대를 보고 비판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 세대는 파편화되어 가고 있으며, 우리 세대가 사회 공동체 관습의 해체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나는 우리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만나고 접할수록, 이미 모든 것을 쥐고 있는 우리 윗세대가 우리를 지적질(?)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나 하나 입에 풀칠하며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비관과 자조를 느끼곤 하였으며, 결국은 우리 세대는 '공정을 핑계삼아 자신의 것만 챙기기 바쁘다', '공동체적인 사고는 하지 않는다' 하는 편견에 나도 덩달아 퐁당 빠지는 때가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정과 불평등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공정에 매몰된 한편, 불평등한 구조는 심화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가운데 '선함'을 꺼내는 건 듣기에만 좋은, 무책임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MZ세대'라고 명명한 그들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본다. 그들은 그간의 어느 세대보다도 선함에 민감하다. '돈쭐을 내다'라는 신조어처럼, 그들은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선한 대상을 발견하면 기어코 잘되게 만들어 내고야 만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다. 아낌없이 돈을 쓰고, 다시 그에 그치지 않고 '좌표'를 찍어 연결하고 확장해 낸다. MZ세대는 각자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또한 연대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들이다. 그들을 관통하는 단어는 공정이나 불평등보다도 오히려 선함이 되어야 한다. 그건 그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경쟁과 불평등의 구조 안에서 발견한 유일한 가치일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기성세대들은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는 선한 연대를 두고 '역시 아직 살만한 세상이야.'하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새로운 세대의 출현 덕분에 '이제 세상은 살 만해질 거야.'라고 말하고 싶다. (265-266쪽)


작가가 MZ세대를 보는 시각을 에필로그에서 느끼면서 내가 무수히 많은, 기득권들의 입들에 계속 흔들려 왔음을 느꼈다. 우리 세대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세대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세대는 공동체적인 사고 같은 건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계속 느슨한 연결을 만들어 왔고, 그 느슨한 연결이 '선한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어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왔다. 작가는 나처럼 수많은 비판과 자조 섞인 시선에 흔들거리며 나의 가치, 우리의 가치를 놓치고 지내오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니야. 너는 너의 '선함'으로 세상에 기여해 왔고, 너와 같은 개개인이 모인 우리는 지금도 느리지만 한발짝씩 나서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어. 흔들리지 말자.'라고.


#.3 제목과 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만, 볼수록 아쉬워.

나는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은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문장이지만, 사실 최근 '힐링', '위안' 등을 소재로 삼아 출판된 흔한 에세이들의 제목과 구별이 잘 안 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표지 역시, 글을 읽고 나면 이 표지가 중심 소재인 '김민섭 씨 찾기'와 연관되는 아주 예쁜 색감의 표지임을 느낄 수 있지만, 초면에는 여행 에세이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제목을 바꾸기에는 제목이 책의 모든 것을 너무나 잘 함축하고 있고, 표지도 주요 소재를 잘만 보여주는데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이 많이 팔려서 리커버까지 찍게 되었을 때! 조금 더 이 책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표지가 나오면 좋겠다. 


#.4 네 개의 단편소설을 읽는다고 여기며 읽어도 무리가 없다.

이 책의 네 가지 소재 '헌혈, 달리기, 소심한 고소, 김민섭 씨 찾기'는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챕터씩 묶어 읽다보면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작가의 연약함과 동시에 우리의 연약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헌혈', 어딘가 연결되고 싶었지만 '연결'이 나의 삶을 지배하게 두거나 얽매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요즘 우리의 속내를 보여주는 '달리기',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고 그래서 꼭 해 보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해 보지 못했던 '소심한 고소', 이게 실화인가 싶을, 하지만 이 실화가 연약한 나를 지지해 주는 주변을 느끼게 해 주는 '김민섭 씨 찾기' 이야기까지. 챕터별로 전개되는 각 이야기가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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