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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행복학교로 출근합니다
부산다행복교사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평점 :
# 이 책은 부산의 혁신학교를 부르는 이름, '다행복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들의 글 모음집이다. 다른 지역에서 혁신학교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여 펼쳐 들었는데, 사실 읽으면서 그럴듯한 정답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혁신학교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사 개개인이 초점을 맞추고 감명 받은 경험들은 정말 제각각이었다. 수업의 혁신에 좀 더 천착하는 교사도 있고, 학생과의 소통이나 생활 교육에 집중하는 교사도 있다. 혁신을 한껏 경험하고 앞으로의 꿈에 부푼 교사도 있고, 지금까지 해 온 변화에 대해 스스로를 격려하고 토닥이는 교사도 있다. 이들의 진솔한 글은 학교에서 지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 '혁신학교'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가 꽤나 커 보여 두려움을 느끼는 교사, 혁신학교가 일반 학교들과 다른 궤를 간다는 생각에 걱정과 두려움, 거부감까지 느끼는 학부모나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나는 이 책이 혁신학교 구성원의 입을 빌려 '혁신학교가 뭐 대단한가'라고 말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혁신학교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거부감을 가라앉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을 조금 더 민주적으로 하는 것, 조금 더 개개인에게 신경을 쓰고 한 발짝씩 가까이 다가서는 것, 안주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만 접고 동료와 함께 걷는 것. 이런 것들이 학교 혁신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공감해 주면 좋겠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이 책을 읽는 이들이 '혁신학교, 뭐 그리 대단한 거 아니네'라고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혁신학교에서 생활하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 같다는 걱정, 입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 놀기만 하다가 패배자가 되어 낙오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의심들은 오히려 '혁신학교가 우리 아이의 생각을 더 들어주고 권리를 보장해 주며 좀더 편하게 생활하게 해 줄테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의 인생을 아예 망치거나 경쟁에서 도태되게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가벼운 인식이 녹여낼지도 모를 일이니까. 단순하게 이런 인식이라도 생기면 혁신학교를 보는 따갑고 매서운 시선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 본다. 사실 혁신학교는 지나치게 뜨겁고 거창한 기대와 얼음처럼 차갑고 모멸적인 의심과 거부감 사이에서 항상 줄을 타고 있는 현실이니까. 책을 읽으며 '혁신학교 뭐, 별 거 아니네' 정도만으로라도 받아들여 주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면 고마울 일이지 않을까 싶다.
# 사실 많은 교사들이 이미 개별적으로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여 학교와 학생들에게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학교에 근무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들은 언제나 만날 수 있다. 단지, 혁신학교는 이러한 교사들이 '혁신학교'라는 큰 궤를 놓고 함께 걸으며, 치열하게 토론하고 갈등하고 협의하는 '성장 공동체'가 구성되어 있다는 대체 불가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둘러싼 생태계 안에서 혁신에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지받고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렇기에 동력이 꾸준하게 끊이지 않고 발생할 수 있기에 혁신을 추구하는 개별 교사들도 조금이나마 덜 지칠 수 있는 환경을 꾸려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부산의 다행복학교처럼, 많은 교사들이 끊이지 않고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여건이 잘 갖춰지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혁신의 경험을 뿌듯하게 자랑할 수 있는 날들이 금방 찾아오기를 바란다. 아니, 더 나아가 우리와 함께한 학생들이 스스로의 학교 생활을 만족스럽게 여기고 행복했다고 자랑하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