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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평점 :
이 작품집의 제목에서 주요한 단어인 '기억'. 이 '기억'이라는 두 글자는 단순히 옛 일을 회상하거나 반추해 보는 정도에 머물기를 바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저 멀리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 무언가를 기꺼이 현재로 끌어와 되뇌어 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경험했던 일, 우리가 경험했던 일을 항상 '잊지 않겠다'고 되뇌이며 내 머릿속 어딘가 저 멀리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래서 그 옛 일이 과거의 것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재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나의 경험을 기억하는 것은 뇌가 자동적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기억'은 내가 하는 아주 능동적인 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뱃지에도 가방에도, 내가 기억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어디에라도 쓰고 붙이고 다녔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잊지 않겠다고 되뇌이고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기억'이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란 이렇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일으켜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이 소설집도 이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은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앞을 가려 읽기가 힘들 때가 많았다. 우리가 겪어 본 일이고,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잊지 말아야 하는 일임이 분명한데, 가만가만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외면하고 싶고,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싶은 본심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강화길 작가의 <방>과 최은영 작가의 <미카엘라>는 특히 마음이 아팠다. 아픈 현실을 넘어 희망을 보고 싶지만 희망을 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고 느껴지는, 아프고 또 아픈 인물들. 이들을 보며 '기억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를 되뇌이려고 노력했다. 내 앞가림 한다고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 금세 '남의 일'이 되어 잊히던 일들이 사실은 '나의 일'이고 '잊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것을. 그래야 '미카엘라'가 원하는 바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자는 노인을 부축하고 미카엘라의 엄마과 할머니를 찾아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그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다친 마음을 마음껏 짓밟고도 태연한 이 세상에서 그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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