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평화기행
권기봉 외 2명 지음, 국립통일교육원 기획 / 창비교육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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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릉에 다녀왔다. 양양고속도로를 지나 동해고속도로를 거쳐 강릉까지. 그리고 정동진을 향해 내려가는 길. 인터넷 지도에서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소를 만났다. 강릉통일공원 함정전시관. 바다를 보러 내려간 길에 마주한 커다란 함정과 북한군이 타고 내려온 잠수함을 보고는 머릿속으로 연도를 헤아려 보았다. 1996년,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난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뉴스에서는 북한군이 잠수함을 타고 강릉에 침투하였다고 대서특필했으리라 싶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5년. 


(1996년 대한민국에 침투했다가 좌초된 북한 잠수함이 강릉 해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때 우리나라 내륙으로 침투한 북한 공작원 14명은 국군과 경찰이 예비군과 함께 펼친 합동작전에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모두 소탕되었습니다. 좌초된 당시의 잠수함은 현재 강릉통일공원에 전시되어 안보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끝나지 않은 전쟁, 2012. 3. 15.))

#.2 평화의 댐에 간 적이 있다. 내가 원해서 간 것도 아니었고, 그냥 회사의 연수 일정 때문에 끌려간 거라 흥미도 하나 없이 버스에 올라 도착한 곳. 그러나 평화의 댐에 도착한 나는 일단 평화의 댐의 규모에 놀랐고, 안내 표지판을 읽으며 관심이 슬쩍 생겼으며 특히 평화의 종, 날개 한 쪽이 없는 새의 형상을 보며 괜히 마음이 울적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안내 표지판을 세심하게 읽어내려가지 않았더라면 내 감정이 움직일 수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준 경험.

#.3 이렇게 굳이 지난 경험들을 꺼내어 보는 까닭은, 내가 가는 곳 어디든 역사가 있었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스며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역사적 장소', '평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를 '역사를 되새기러' 또는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갔던 적이 있었나. 그냥 자연스레 내가 살아가는 삶에, 내가 걸어가는 발자국 근방에는 언제나 지난 역사가 있었고, 평화를 향한 염원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친구를 만나러 갔던 종로에도, 맛집을 찾아 걸었던 청와대 근방도 마찬가지다. 알지 못했기에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지, 알고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거닐 수 있었을텐데도 싶다.

<대한민국 평화기행>이라는 책은 사실 제목만으로는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지만, 내용만큼은 내가 다니는 곳 구석구석을 역사적으로 살피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여행 안내서와도 같아 추천하고 싶다. 내가 지나온 길 어딘가에 선인들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지금의 (완성되지 못한) 평온과 미래의 (완벽한) 평화에까지 이르는 밑거름이라는 생각도 하게 해 준다. 이 책을 지팡이 삼아 이곳저곳 누벼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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