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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학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 상처 입기 전에 알아야 할 현명한 교권 상식
김택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2월
평점 :
# 한창 인터넷에 이런 내용의 짤이 돌아다녔다. '수학여행 가기 싫은데 어떡하냐고 엄마에게 징징거렸다. 엄마는 네가 교사인데 안 가면 어떻게 하냐고 답했다'는 이야기. 수학여행 얘기니 당연 학생의 입장이겠거니 예측했던 독자에게 작은 훅을 날리는, 귀여운데 씁쓸한 이야기.
사실 나도, 교사에게 수학여행은 너무도 두렵고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라 여기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더불어 수학여행 뿐이랴, 하며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때로는 특정 반에 들어가기 싫은 날도 있고, 때로는 특정 행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날도 있다. 학교를 가야 하는 사람들 중에 '가고 싶어 가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자조 섞인 유머가 끄덕여지는 날도 꽤 있는 것이다.
# 이 책에 등장한 사례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지점들이다. 이 책이 명확한 해답을 내어 놓지는 않는다. 사실 겪어 본 이들은 이미 알다시피 명확한 답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이런 고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힘든 상황은 나 때문이 아니라는 것, 교단에 서 있는 수십만의 교사들 중 나의 편에 서 줄 사람들은 참 많다는 것, 서로 신임하고 도우며 문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
교단에서 지내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고는 괜히 나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하지 못한 말에 뒤늦은 후회로 잠 못들었던 교사라면 한번쯤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 나는 아직도 교권이라는 말을 참 어색하게 느낀다. 교권이라는 단어가 마치 학생 인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민망할 지경인 때도 있다. 학생 인권을 중시하면 교권이 침해되는 것처럼, 교권을 강조하면 학생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일련의 상황들은 나를 부끄럽게도 한다. 교권을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교사가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칠 권리이자 교사가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라고 생각하는 나는 당연히 교권과 학생 인권은 함께, 둘 모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여긴다. 좌담에 참여하신 김현희 선생님의 이야기에 더 귀기울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얻고 정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오늘날, 교사 역시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누려야 하며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는 것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 받았으나, 순수하게 제 생각을 밝혀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