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다니니, 주변 사람들이 말한다. 틀렸다는 표현이 잘못 된 거 아니냐고. 대상 간의 다른 점을 일컬을 때 ‘틀렸다‘는 표현을 쓰면 ‘다르다‘고 고쳐 주던 경험으로 막연하게 책의 제목을 읽어내는 셈. 어쩌면 저자는 이런 반응을 예측하고 제목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샌가 익숙해져서, 당연해져서 ‘그렇다‘고 기억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전부로 느껴질 때, 그 때 이 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만 제목을 읽어버리는 사람들처럼, ‘페미니즘은 극렬하고 PC하고 불평만 한다‘는 말에 절어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한 방 날리겠다는 선전포고인 것만 같다.겉치레만 요란하고 현학적이기만 한 지식인의 논평이 아니라서 더욱 좋은 이 책. 이 저자의 다른 저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