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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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
고슴도치 딜레마

서로의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를 ‘고슴도치 딜레마‘ 라고 한다. 나는 늘 혼자이고 싶으면서 혼자이기 싫었다. 의존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이는 상태. 매번 상대에게 지독하게 의지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대했다. 내게 많은 것을 주는 이들일수록 지겨워하고 지루해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또 싫어했다. 하지만 내가 맞는다고 해주는 사람하고만 있으면 어리광쟁이가 된다. 그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점점 더 겁쟁이가 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게 사는 게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게 내 삶을 건강하게 해주느냐의 문제다. 머리로는 정답을 알고 있는데 행동은 늘 어렵다. 난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고,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고, 내 편이 필요하다.

P.40

‘다른 사람들보다는 내가 낫잖아‘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어딜 가도 거기 있는 사람들은 ‘여기도 힘들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 저 친구도 힘든데 내가 몰랐구나‘ 하며 자책하고 있는 거죠.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하는 거 좋아요, 관심 쏟는 거 좋죠. 하지만 제일 먼저 나를 점검했으면 좋겠어요. 내 기분을 먼저요. 친구들한테 말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일하는 내부 사람들에게도 ‘나는 괜찮아‘가 아니라 ‘나는 너와 비교하면 육체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여기도 힘들어‘라는 걸 말하는 게 자신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할 수 있어요.

P.190
그렇게 기억을 되짚다 보니 문득 ‘그 사람 변했어‘가 무용한 말이 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한결같은 사람이 된다거나, 혹은 그래주기를 바라는 게 어떤 이에게는 아주 혹독한 점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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