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이든 책이든 첫인상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치명적이다.

'어디 한 번 볼까?'하는 심정으로, 내지와 달리 도톰한 표지를 넘기곤 한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작가의 말'이나 '프롤로그'를 통해, 나는 일방적으로 필자와 책에 대한 첫인상을 마음에 담는다. 장르에 상관없이 그곳에서는 온전히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권 읽다보면 이런 목소리가 쌓이고 쌓여 나는 괜시리 그녀를 혹은 그를 잘 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의 첫인상이 평생의 인상을 좌지우지할만큼 중요하다는 논리는 책에 있어서도 유의미하다. 2015년의 여름, 생일선물로 받은 책 <태도에 관하여>로 작가 임경선을 알게 되었다. 첫인상은 강렬했고 그 덕분에 나는 그녀의 에세이와 소설을 찾아 읽었다. 역시나 첫인상 때문일까, '수필가'로서의 임경선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이었고, 2017년의 늦겨울 출간된 <자유로울 것>이 더욱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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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매번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 어디쯤을 기대한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며 고개 끄덕이는 문장 앞에서의 반가움과 '생각지도 못한 신선함이야!' 라고 입을 헤, 벌리게 되는 문장을 곱씹는 짜릿한 그런 경험.

자유란 이야기 되어지기 쉬운 단어이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식상하게 정의되어온 단어이므로, 나는 이 책이 얼마나 다른 자유를 선사해줄지 기대했다. 대놓고 '자유로우라'고 말하는 제목에, 더구나 임경선의 문장들이었으므로 더 큰 무언가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펼치고 문장에 밑줄을 그어가며, 작가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안에 자유의 명징한 정의, 그것이 있었으므로.

욕망을 충족하는 것과 감정적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비슷한 듯 엄연히 다른 성질을 지녔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것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다른 축의 문제이기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욕망을 포기하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해야 한다'라는
흔히 듣는 겸손한 말은 맞지 않다.
정당한 노력을 실천하고 위험 요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발전해나가려는 것은
꿈을 향해 걸어 나가는 것이다.
왜 꿈을 포기하는 것이 욕망의 이름으로 부정당하고
행복의 이름으로 납득되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나'는 과연 선의를 가진,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좋은 사람일까?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하는 것은 실은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안 되겠다며 노력하는 나',
혹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나'
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를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쉬이 꿈을 좇아 살아가라고 조언하고 자유를 누리라고 웅변한다. 하지만 자유롭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멈춰서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고, 과거의 나를 뛰어넘기 위해 애써야 하며,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 사이에서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일이든 사람이든 자신이 손놓은 것들로 말미암아 벌어질 수 있는 결과물에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겠다는 단단한 중심이 필요하다.

자유는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삶이란 '될 대로 되라'는 식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것을 구축해나가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이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만의 취향이나 매력같은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 자아의 정체성과 마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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