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로록

꿈을 잃은 벌레가 홈통 타고 기어오르는 소리



똑똑

비가 문을 열라고 한다.

향긋한 커피잔 들고 제법 한가한 기분으로 창 밖 내다보니

후득

꿈이 있느냐 비가 들이친다.

 

닫힌 문으로 비를 맞았다.

어느새 가까운 친구처럼 머리를 쓰다듬고



또로록

새로 깐 마루를 딛고 흐른다.

 

무거운 짐을 뒤져 수건을 찾아 친구를 닦는다.

친구여, 자네는 꿈을 아는가?

무게에 끌려

열에 달아

세상을 떠도는 자네

꿈을 본 적 있는가?

 

언제 곁에 섰을까

수건 뒤집어 쓴 친구의 벼락같은 호통소리.

왜 소리 내지 못하느냐

소리를 잃었느냐

날지 못하는 날개라면

부벼 소리라도 내야 할 것을.

 

어느새 방충망 사이로 스며든 빗방울이





창틀에 고여 흐르며

어제 만난 하늘은 진실이 아냐

거기 엎어져 울고 있는 꿈은 네 날개의 눈물.

 

비오는 날 이사를 하는 건

잃어버린 꿈을 찾는 일이다.

세상을 돌고 도는 빗방울이

툭툭

어깨를 두드린다.

자네,

날 올려보지 말게나 기다리면 내려갈 테니.

세상은 어렵지 않아

이제 그만 꿈을 버리게

그럼 꿈이 찾아올 테니.

 

코끝을 간질고 가슴을 적시는 커피향의 진실은

커피보다 검은 죽음

꿈을 버리게

잃어버린 꿈이 찾아올 걸세

비오는 날 이사를 하고

젖은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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