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상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저자, 편집자, 평론가, 독자.. 한 권의 책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소설에 대한 소설이라고 하면 맞는 건지도.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기 때문에 책을 다각도로 볼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서는 몇십 년 동안 한길을 걷는 루카스 요더가 등장한다. 여덟 번째 소설을 쓰기까지 험난한 길을 편집자 이본느 마르멜르와 함께했다. 처음 네 권은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고, 마침내 빛을 발한 다섯 번째 소설부터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 사이 힘들었던 시간들은 모두 편집자의 세심한 배려와 충고를 받아들이고 작품을 새로이하는 데 바쳤다.
편집자의 이야기에서는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던 이본느 마르멜르가 등장한다.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중퇴했지만,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편집자다. 그녀가 책 만드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사랑 이야기는 안타까울 뿐이다.
평론가의 이야기에서는 칼 스트라스베르크라는 천재적인 청년이 등장한다. 어릴 때문에 공부밖에 몰랐고, 고교시절에도 여자친구 하나 사귀지 않고 책을 읽었던 사람. 대학 강연에서 만난 훌륭한 평론가와 지적 탐험을 펼치게 되고 마침내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집착, 평론가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나, 결국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지탄을 받게 된다.
독자의 이야기에서는 소설읽기를 좋아하는 백만장자 여인 제인 오스킨이 나온다. 실험소설 같이 읽기 어려운 책을 싫어하지만 19세기 소설들에서 나타나는 스토리의 전개는 매우 사랑하는 사람. 소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어나르는 매개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독서가다.
이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책에 연결되어 있다. 루카스와 이본느 마르멜르는 저자와 편집자의 관계로, 또 이본느는 칼과 편집자와 저자(평론)의 관계로, 또 칼과 제인은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교수와 기부자로 연결된다. 루카스와 제인은 같은 지방에 살면서 문화적 교류를 나누고, 칼과 루카스는 평론가와 소설가로서 대립한다(사실 칼만 대립하고 루카스는 평론에 관심이 없다).
맞물린 여러 고리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다만, 중판임에도 불구하고 오탈자나 비문, 번역투가 난무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