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심해 2003-11-23  

같이 있다는 건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의 사랑하는 반쪽이라면 더욱 행복한 일이다.

옆에서 조잘조잘 대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미소를 짓게 된다.

어제는 인사동을 헤집고 다녔다. 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훝고 지나가지만

내 가슴만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래, 행복은 내 안에 있다.

 
 
 


심해 2003-11-20  

옷이 어울리다? 아닌가?
이놈의 회사는 왜 정장을 따지지?

오늘 정장을 한 벌 사버렸다. 그리 비싼것은 아니지만, 백수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지. 큰 맘 먹었다

머리는 왜 이리 짧은거야, 그리고 왜 이리 새까맣지?

어느 누가 내게 멋있다는 말 한번 해주면 좋으련만.
 
 
 


심해 2003-11-20  

지혜로운 삶
내 책상 앞에 놓여진 <잡보장경>에 나오는 지혜로운 삶의 내용이다. 과연 나의 삶은 어떠할까.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고,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며,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 처럼 침착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풀릴 때까지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따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울 줄도 알고, 호랑이 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이것이 지혜로운 삶이니다.
 
 
 


심해 2003-11-18  

백수 청산을 빌다!
백수 노릇을 한지도 벌써 석 달을 훌쩍 넘어버렸다.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고, 단순무식하게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선택. 이게 바로 '기다릴 줄 아는 지혜'일까. 물론 그렇진 않겠지.

이제는 처음과는 다르게 완전히 백수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벌어놓은 돈이라는 생각에 집에서 돈도 쉽게 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차곡 차곡 쌓던 적금까지 허물어야 할 형편에 처해 있으니, 참 내 신세가 가련하다.

이제는 다시 바다로 나가야 한다. 나가고 싶다. 어젯 밤 꿈에 선상에서 항해를 지휘하는 꿈을 꿨다. 수 백 미터가 넘는 배를 이끌고 태평양 저 멀리 항해를 떠나는 그런 꿈을. 이제 가고 싶다. 백수를 청산하고 싶다.
 
 
 


심해 2003-11-16  

우리들의 장례
어느 지관의 겁나는 질책으로 인해 조상님들의 묘를 이장하게 되었다. 무슨 수맥의 영향으로 장손이 큰 일을 당한다는 말에 가만있을 집안 어른들이 어딧으랴. 이 기회에 풍수지리를 조금 엿보게 되었다.

좌청룡, 우백호 너무나 가까이서 들어왔던 말들이다. 하지만 풍수지리에서 가장 우선으로 치는 것이 있었다. 가급적 묘비는 세우지 말것, 또한 석관이나 콘크리트로 관을 짜지 말것.

이는 수천년 동안 매장의 풍습을 가진 나라 임에도 불구하고 삼천리가 무덤으로 가득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한 사람의 묘는 50년 정도가 넘으면 자손이 멀어지면서 관리하기가 힘들어지고, 따라서 자연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하지만 현재는 후손들이 자신의 위신을 세우려 그러는지 비석에 콘크리트 관까지 만들어데고 있다. 지금 우리의 강산이 무덤으로 가득차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무덤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장묘 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