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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국어사전 (2025년 최신판) - 초등 국어 교육의 시작, 3차 개정판 ㅣ 보리 어린이 사전 시리즈
토박이 사전 편찬실 엮음, 윤구병 감수 / 보리 / 2025년 3월
평점 :
학교에서 종이 사전 활용 수업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왜 굳이 종이 사전을 써요? 핸드폰으로 찾으면 금방 나오던데요." 하는 말이다. 사실 성인기 이후에는 나도 종이사전보다는 웹 기반 사전들을 중심으로 공부해왔고, 집에 유물처럼 아껴두던 여러 사전들을 책장에서 꺼내 보내준 지 오래다. 심지어 요즘 아이들은 외국어 공부를 할 때 파파고나 GPT의 도움을 받아 책 페이지를 통째로 찍어 번역본을 읽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런 아이들에게 종이 사전의 필요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많은 연구에서는 종이 기반의 매체보다 전자 기반의 매체에서 습득하는 정보가 더 휘발성이 높고, 장기 기억에 남기 어렵다고 한다. 전자 매체의 읽기는 숙독으로 이어지기보다 정보를 훑는 행위에 더 가깝기도 하다. 보통의 책뿐만 아니라 사전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리적으로 책장을 넘겨가며 찾은 단어의 의미를 찬찬히 읽어내려가는 것과, 순식간에 타이핑 친 단어의 뜻이 튀어나오면 한번 읽고 마는 것은 뇌에 정보를 각인시키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종이사전을 이용하면 주변의 단어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자연스레 어휘력이 늘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보리 국어사전처럼 그림이 함께 있는 학습용 국어사전을 활용해서 수업하면 아이들은 "어머 이런 낱말도 있네?" "이게 이렇게 생긴 거였어?"하며 자기가 찾은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어휘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아는 낱말보다 모르는 낱말이 훨씬 많은 사전을 접하면서, 어휘력을 신장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스레 생기기도 한다.
종이사전의 또 다른 장점이라 하면 방해 요소가 적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분명 공부하기 위해 사전을 찾으려고 켠 핸드폰에는 친구의 메시지, SNS의 새 글 소식, 게임의 퀘스트 알림 등 많은 유혹이 도사린다. 분명 공부하려고 의지를 가지고 켰지만 내 주의는 이미 감당 못할 자극에 노출되어 버린다. 핸드폰 사전을 사용하려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겪는 일이다. 종이사전을 쓰면 생기지 않을 일이다. 오히려 찾으려던 단어를 목표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가장 최근의 2022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3-6학년 전반적인 종이 사전을 포함하여 국어 사전 활용 수업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특히나 보리 국어사전의 경우 오랜 기간 학습용으로 사랑받아왔고, 이번 5판 또한 교과서 수업 중 모르는 낱말을 찾았을 때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교실에 여러 권 비치해두고 학생들이 수시로 찾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에 사전을 활용하는 수업에는 물론이거니와, 타 교과에서 낯설거나 잘 모르는 낱말을 그냥 적당히 넘어가기보다는 그때 그때 찾아보는 습관을 갖추는 건 자기주도적 학습이 시작되는 순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