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패티 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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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렸던, 그녀의 책을 받았다. 문장 하나하나에 그녀만의 생각이 담겨 있어 나도 모르게 곱씹게 된다. 그녀의 글들은 미문이라고 할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도 아름다워서, 한동안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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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는 책들
최원호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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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만으로도 아름다운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달콤함이 느껴진다. 내 인생의 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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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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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아무렇지 않은 척, 2016년의 첫 글이다. 너무도 간만에 쓰는 글이라 낯설기까지 하다.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못하는) 요즈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있는 표지에 이끌려 2015년 마지막 날에 우연히 집어들게 된 책인데 때로는 이런 제멋대로의 충동이 도움될 때도 있구나 싶다. 참고로 표지는 바다 옆 방(Rooms by the Sea)이라는 표제를 가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이 책은 데이지 굿윌(혹은 데이지 플렛),이라는 한 여자의 일생을 둘러싼 스톤월 사람들 일대기에 관한 소설이다. 그녀의 인생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샌가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관한 과거와 현재를 떠올리고 미래를 그려보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어디론가 떠나거나 정착하며 살아가게 되는 일상적인 현실들을 지금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당연히 기억하는 것처럼 여기지만 사실 그것들은 희미하게 하나둘씩 퇴색되어 가고 또다시 닥쳐오는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며 기억하느라 앞선 모든 것들을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또한 삶이라는 것은 어떤 '때'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의 생각들은 계속해서 떠올랐고 그녀와 그녀 곁의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숨죽였다. 그녀의 부모와 자식들, 친구들, 그리고 자신의 일에 관한 이야기들은 우리와도 별반 다를 바 없이 사소하고도 극적인 면들로 가득하다. (아니, 누군가는 이들보다 더 극적인 인생을 살았겠지만) 그렇기에 어쩐지 자꾸만 나 자신으로 하여금 비춰 떠올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에도 가끔은 운명 같은 우연이 있듯 그들의 이야기에도 운명과 우연, 사건과 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무섭도록 정확한 시간이란 존재에 이끌려 마무리되어 간다.


2015년을 마무리하고 2016년을 시작하려는 찰나, 결국은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로 향해 가는 그녀와 그 후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느끼는 이 복잡미묘한 감정이란. 태어나는 자라면 누구나 알게 되는 이 결말을,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오기 전까지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남의 일 구경하듯 가끔씩 상상해보고는 실제로 닥쳐서야 이젠 도저히 뒤로 도망칠 수도 없는 진짜 결말이 와 버렸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그러고선 자신은 끝내 마지막은 어떤 페이지로 쓰여졌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남들이 그 페이지의 결말을 마무리하고 또다시 자신들 또한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마무리를 하게 될 것임을 짐작만 할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순간에도 나의 성가신 일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테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끝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참 이 책을 손에서 끝까지 놓기가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앞으로도 내 인생 속 페이지를 그때까지 써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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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9 모든 인생에는 거의 읽히지 않는, 분명코 큰 소리로 읽히지 않는 그런 페이지가 있기 마련이다.

p.172 이 세상의 진정한 문제는 남녀 간의 잘못된 만남에서 기인하는 법이다. 이것이 오래전 터득한 내 소박한 견해이다.

p.187 부디, 제발,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주인공 데이지가 운명의 남편을 만나기 직전 기도하던 말)

p.205 최근 들어서 그녀는 어떤 일이 가능하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능성이 남아 있느냐고 자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p.452 지금 플렛 할머니가 애쓰고 있는 유일한 일은 머릿속에 있는 사실들을 정돈하는 것이었다. 추억의 무게를 고르게 안배하는 일이었다. 인생의 한 막 한 막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이었다. 어떤 순간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애정이 솟아나기도 했다. 그것들은 한 줄에 꿰인 구슬 같았다. 그런데 그 줄이 점점 삭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그 일이, 상상력의 노력으로 결말지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억압되고 밝혀지지 않는 얘기를 무덤덤하게 회고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 그렇지만 이미 음미되고 축적되어 기왕에 존재하게 된 일들로 자꾸만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탐닉이나 다를 바 없다.

p.479 "난 평온하지가 못 해" 데이지 굿윌의 (입 밖에 내지 않은)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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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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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한다면, 당신은 하루키나 피츠제럴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좋아하게 된 순서야 어찌되었든간에.
물론 나만의 착각이 섞인 정의일 따름이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은 오래전부터 나는 그를 좋아해 왔다, 라고 보기에는 그의 은근히 많은 작품들을 다 기억하고 있지도 못할 뿐더러 딱히 원본을 술술 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를 잘 안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어디쯤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좀 특별했다. 목차를 보는 순간, 순전히 이건 레이(줄여서 나도 레이라고 괜히 불러본다) 팬들을 위한 안내집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작은 그의 미공개 단편들. 역시 그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알코올, 부부들의 대화, 어떤 경계에서 느껴지는 낯섦과 서서히 융화되는 그 느낌, 그들의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 사이로 흘러가는 것, 마주해야만 하는 본질, 결국은 지지부진한 현실들. 혹은 어떤 깨달음. 참고로, 제목만 보고 그에게 쉽게 접근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전혀 달콤하지 않으니까. 처음 맛본 커피의 맛처럼.

이제까지와 달리, 소설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이들 - 가족, 존 가드너와 고든 리시, 그리고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그가 말하는 에세이, 그리고 자신이 썼던 것들에 대한 서평들, 초기 단편들도 수록되어 있다. 무려 15년 전 서문까지. 그에게 한발 더 다가선 듯한 느낌도 기쁘지만, 이제서야 나는 이렇게밖에, 생각되는 건 못난 독자의 욕심일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 단행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최근 출판된 <풋내기들Beginners>부터 다시 거슬러 올라가볼까 한다. <풋내기들>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출판되었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의 원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두가지 판본 사이에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취향은 읽는 누군가의 몫일 터. 그리고 전기라 할 수 있는 <레이먼드 카버 - 어느 작가의 생>은 두께에 일단 진정하고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당신에게 다른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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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앤드 버터 2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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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 등장하는 빵은 프렌치토스트와 프레첼이다. 참고로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어로 빵 뻬흐뒤(pain perdu), 즉 "잃어버린 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읽고 나니 유즈키와 요이치의 에피소드를 정말이지 탁월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프레첼만의 독특한 매듭모양은 뭔가 요이치와 그의 동료였던 타카나와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 유즈키의 학생이었던 아카자와가 그들의 빵집을 방문한다. 유즈키는 그 계기로 어째서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요이치에게 이야기한다. 그가 만든 프렌치토스트는 잃어버릴 뻔한 것들을 되살리는 빵 뻬흐뒤의 의미처럼 그들에게 달콤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즈키는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 중의 하나인 이스트. 이것은 살아있는 것으로 주변환경에 민감하다. 손의 온도나 대기의 습도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빵이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는 요이치의 말이 와닿는다. 사실, 무엇이든 쉽게 빨리 되는 것은 없다. 유즈키의 마음은 서서히 그렇게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카자와도.


다음은 프레첼과 요이치, 그리고 그의 동료 타카나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에 관한 과거이기도 하다. 현실에 휘말려 점차 빛을 바랜 듯 하지만, 어떻게 할거냐는 유즈키의 질문에 요이치는 "음-."이라는 대답으로 일축한다. 이 부분은 아마도 좀 더 나중에 기대해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다음권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역시 마지막 에피소드가 아닐까. 유즈키는 친구의 결혼 발표로 친구들과 만나 블라블라~ 전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이 사귀었던 날들이 자잘하게 펼쳐진다. 사소하게 엇갈리는 시선이 켜켜이 쌓여 얼마나 서로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그가 다시 등장한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이야기로 그 끝에 도달할지 궁금하다.


흐름이 분명한 만화 속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내 머릿속에 맴도는 건 매듭도 짓지 못한 채 끝나버린 대부분의 씁쓸한 추억들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직업이란 것에 대해서는 몇백번이고 생각한 문제지만(물론 지금도),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한다. 솔직히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일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그 때보다는 지금이 아무래도 불편함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감이라던가 확신 같은 건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가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짧고도 기나긴 여름밤 동안 시원한 산책을 즐겼는데, 이제 가디건을 입지 않으면 제법 쌀쌀한 것을 보아하니 가을이다. 3권은 이제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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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5 지금도 상대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나가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요즘은 가끔씩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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