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부딪치고 깨지고 좌절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방법이라고 하니 처세술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 소설은 다분히 자전적일듯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이상과 꿈을 조금씩 깍아 나가는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그려 내면서 무엇이 좋은 삶인지.. 나는 어디쯤 와 잇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그 이야기 자체의 감동이나 새로움이 그리 눈에 뛰는 작품은 아니지만 또 다른 면에서 발견되는 리얼리티에서 나오는 공감대의 형성은 이 소설을 지탱해주는 근간이 된다.
상도의 임상옥이 박주명의 가르침을 깨닫고 사람을 버는 상도를 깨우치고 거상으로 거듭나듯이 이 책속의 주인공 하피드도 주인이 전해주는 열개의 두루마리로 거상의 경지로 도약하는 이야기이다. 하피드를 따라 열개의 두루미를 펼쳐보며,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독자는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 무엇이 부를 가져다 주는 열쇠인지를 조금씩 깨달아 나간다. 그렇다.. 이책이 진정 가르치려고 하는 대상은 주인공 하피드이기에 앞서 독자 하나하나인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거상이 될수 있을까? 두루마리의 내용대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싶어진다. 진짜 내용을 잘 깨닫고 열심히 실천한다면 하피드의 부도 못이룰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가지 명심할 점... 하피드가 어떤 시험에 통과해 두루마리를 얻었는지 잊지 말아야하겠다.
모두가 꺼리어 하는 땅꼬마 소년. 자신들과 다른 소년에게서 사람들은 어떤 두려움같은 걸 느꼈을지도... 아이들은 땅꼬마를 따돌림 시켰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소년이 다른 아이들을 그리고 선생님을 따돌림시킨것은 아닌지... 아이들에게 눈을떼고 다른 것에 눈길을 돌리는 아이.. 그 소년에게는 너무 많은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건 자연이라는 이름의 것들 뿐이 아니였나한다. 그러다가 소년의 빛나는 사랑을 알아볼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아이의 사랑을 다른 이들도 관심있게 바라본다.그리고 학예회. 소년은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낸다. 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른 소리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다르다고 해서 외면하던 사람들도 그 소년의 소통언어에 귀기울이게 되고 그들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대화를 감상할수 있게된다. 소년의 까마귀 울음소리에 그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하나의 획일화된 틀로 이루어 져야 하는가? 모두 같아지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 다른, 조금 더 많은 사랑을 가진 언어를 외면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동화책이라는 장르에 속해 있지만 결코 어린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닐 것이다. 어른들도 그 까마귀 소년의 언어에 감동할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고 같은 감정을 공유할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안겨줄 책이다.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동감있고 친근한 문체나 약간은 오래된 느낌을 주지만 그 촌스러움과 강한 색채가 슬픔의 , 감동의 농도를 진하게 해주는 일러스트 삽화는 책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주고 있다.
헐리웃의 한때를 풍미하던 서부영화를 보면서 통쾌해 하고 함께 총잡이가 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때 죽어가던.. 희생양이었으며 적이었던 인디언들에 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참으로 내 자신까지 부끄럽게 느껴진다. 역사가 거의 없다싶이한 미국 인들에게 있어서 서부를 개척했던 역사는 역사의 중심이자 큰 자랑, 개척정신이라는 허울좋은 단어로 대변된다. 하지만 '미국 서부 개척사를 뒤집으면 인디언 멸망사가 된다'는 말을 생각해보자..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라는 이 책이 서부영화를 통쾌하던 나에서 인디언을 그리는 나로 바뀌는 발상의 일깨움을 선사해 주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백범일지라는 독서 감상문으로 글짓기 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난 백범일지를 읽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때 내가 읽은 것은 김구 선생이 몇년도에 출생하여 어떤 훌륭한 성품과 기질로 성장기를 거쳤는지, 어떠한 애국적 활동을 했는지를 지루한 감탄사로 길게 늘여놓은 위인전기였다. 그래서 다시 백범일지를 접할때 지루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라는 호기심이 공존했다. 결과는?지루할 것이라는 내 생각은 깨져 버렸다. 산산히... 백범 일지를 읽으며 가장 큰 놀라움은 김구 선생의 유머감각이다. 실없는 소리나 가벼움의 농담으로 점철된 유머가 아니라 삶의 이해와 여유에서 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유머이다. 이 책을 읽기 주저하는 이들에게 한가지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것.. 이 책을 읽고난후 당신은 당신이 원했던것의 곱절이상을 얻고 느낄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구 선생을 그리워 하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