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구입목록 중 두 권은 비코다. 하나는 오랜만에 재번역되어 나온 비코의 주저 <<새로운 학문>>.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런 책이 나올거라고) 기대하기 힘들었던 <<비코 자서전>>이다. 역자는 동일하게 조한욱 선생. (단턴의 저명한 <<고양이 대학살>>의 번역자이시기도) 선생 이력을 찾아보니 약간 특이한데, 최근의 소개를 찾아보면 이렇다.

"문화사를 대표하는 역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에서 밝혔듯 본질적으로는 비코의 연구자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고, 교단을 은퇴한 이후의 여정도 철저하게 비코 학자로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번역, 출간했으며 『자서전』과 더불어 앞으로도 비코를 알리는 작업을 꾸준하게 펼칠 예정이다."

이런 걸 보면 궁금해진다. 21세기에 16세기(물론 서구의 16세기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문화적 혁명의 분출기였다는 것을 감안해도)에 살았던 난해한 사상가의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무엇이 역자로 하여금 비코 전도사를 자처하게 만들었을까? 하여 독자에게 더 필요한 책은 비코 입문서 또는 해설서인데, 아쉽게도 단 한 권도 없다.(조한욱 선생이 쓰고 있지 않을까 싶고, 그렇다면 부디 인문서 포맷으로만 나오지는 않기를 바란다) 절판본에서 찾아보면 벌린의 <<비코와 헤르더>>가 그나마 참고할만한 책이기는 한데, 절판된지 너무 오래되었고, 해설서로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마크릴라는 벌린이 그려낸 비코가 실제의 비코와 많은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고,(적확하게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고 해도 좋다. 전후사정을 밝히고 있지 않아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마크 릴라의 박사학위 논문이 비코를 다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빡침(?)을 받았는지 추측해볼 수는 있겠다.) 추정하면 벌린의 책은 비코를 덧대어 쓴 자신의 이론적 결과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성실한 입문서로 읽기에는 입지가 애매모호한 것. 벌린의 입문서라면 모를까.


  



아무려나 새 판본 <<새로운 학문>>은 반갑고, 곁들여 읽을만한 책 <<비코 자서전>>은 환영이다. 그럼에도 관련 해설서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번역이 되든가 아니면 국내 연구자의 책을 기대한다

추신. (번역본의 수준을 가늠할 역량은 없지만) 두 책 모두 잘 읽히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어 비코가 궁금했던 독자들이라면 기뻐하리라 생각한다. 지성사 독자들은 환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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