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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이윤기 지음 / 해냄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그리스에 길을 묻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언가 깊은 속뜻이 있음직한 제목이 은근히 부담(?)스러웠다. (그 부담을 덜어주려는 듯 작가가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나를 더 의심하게 했다.)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적어도 한 손에 들고 훑어본 결과 거의 한 페이지에 하나씩 있는 다양한 도판들이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처음은 슈퍼맨 이야기로 시작된다. 난 솔직히 슈퍼맨시리즈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 다만 그가 대략 누구이고 어떻게 변신을 하고 악당을 물리친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난 이 책에서 슈퍼맨이 지구인이 아니라는 말에 가슴이 썰렁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아무튼 처음부터 가벼운 소재로 그 복잡한 신화의 상자를 연다.(사실 책을 읽는 내내 복잡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신화에 길을 묻고 역사에 길을 묻고 현장에서 길을 묻는다는 식으로 신화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신화에 길을 물을 때는 신화가 우리 삶과 친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부분을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로 간단히 풀어 나가고 역사에 길을 물을 때는 옛 고대도시와 고대인들에 대한 가벼운 역사 서를 보는 듯 한 느낌으로 재미있게 엮어간다. 특히 스파르타인 들의 촌철살인 수사법 부분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또 현장에서 길을 묻는 저자는 신화 유적지에서의 에피소드를 때론 흥분으로 때론 애석함으로 그 동안의 신화현장을 회고하는 것으로, 또한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있다는 듯한 마지막 한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정말 가벼운 그리스의 신화, 역사이야기이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누렸던 저자의 책과 많은 부분이 겹치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의 예전 책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랄까? 이 책을 통해 무언가 큰 것을 바란다면 혹은 신화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한 것 같다. 깊게 들어가는 맛이 없고 값도 만만치 않으니...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이윤기의 신화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저자의 예전 유명작 보다는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