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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로 보는 조선역사
이덕일 지음 / 석필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사화를 현대판으로 옮기면 뭐가 될까? 민주당에서 대통령이나오고, 3김정치가 청산되고, 우리당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쯤 될까? 아, 특히나 저번의 한나라당 탄핵사건은 정말 여기에 꼭 끼워넣어야 하겠다. 현대판 예송논쟁 아니던가.
이런 정치판의 돌림싸움을, 특히나 우리나라의 당쟁을 한심하게 보고 덧없음으로 보는것이 일제 식민주의 사관의 영향이라고 한다. 뭐, 나야 일제시대에 산 사람이 아니지만, 그 이래로 내려온 그 일제주의적 시각에는 영향을 받았다는 소리정도는 되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당쟁과 같은 정치판 놀음에 조선은 망했다는 시각이라 하는데, 다른나라 역시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어쩌면 이런 싸움이 더 나은세계로 향한 발돋움이라고까지하는 말도 들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조선이 어떻게 망해버렸든 간에, 그리고 설령 더 나은 세계로 향한 몸부림이었든간에 한심한건 사실이다. 예전의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싸움이 우리나라 진보를 위한 싸움이라고 외치고 있을때, 그 결과야 어찌되었던 내 눈에는 너무 한심해 보였다. 자기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뺏으려고 아둥바둥거리는 저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이들인가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자리에 앉은 지금, 권력욕에 서서히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후.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예학'에 생명을 거는 시대였다고는 하지만, 3년 복인가, 1년복인가. 1년인가 9개월인가하는 싸움에는 한심함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잘못보는 거라고? 예학은 지금 우리가 보는것과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을 만큼 하늘과 같은 이치였다고? 뭐라든 그 속에 조선의 백성들이 빠진것은 사실이다. 정치판이야 원래 그런거라 어쩔수 없다면 정치판이야 어쩔수 없이 한심한거다. 그래서 언제나 백성이 빠지는, 너와 내가 빠지는 역사는 씁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한심함을 내뱉어내는 그네들의 정치판이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건 사실이다. 비록 지금의 내가 잘먹고 잘지냄에 따라 그때 백성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는 시각이 되겠지만, 어차피 오늘의 역사도 지금의 한씨네 우씨네만이 남을뿐, 너와 나는 깨끗이 없어지고 말게 아닌가. 그런 역사가 쥐려는 큰 덩어리를 감안한다면, 이 책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어쩜 저렇게도 권력욕이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들까하는 의문이 들기때문이다. 유럽의 어떤 큰 난을 아이들 장난감에 비유한 적도 보았던거 같은데, 그와 마찬가지로 어쩜 유치하기까지 하다.
어차피 유치하고 한심한 그네들이었다면, 왜 그렇게 싸우는지 그네들의 시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사화만을 모아서 보여주는 책이 이 <사화로 보는 조선역사>이다. 가장 폐해가 심했다는 당쟁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이 사화도 기존세력 - 훈구파와 신진세력 - 사림파간의 피비린내나는 기록이다. 후세의 평가야 어찌되었든 상소한번에 인정사정없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장면은 좋아뵈지 않는다.
역사야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풀어내는 능력에 따라 같은 사실을 두고도 재미있을 수 있고,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역사쪽의 서술로서는 상당히 흥미를 이끌어 내는 재주가 있다고 평이나 있는 이덕일씨의 책이니,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그네들의 시도 간간히 실어 주는데, 이 시들이 조금씩 무거워지는 머리를 식히는 휴식처가 되어준다.
특별하기까지 한 것은 없지만, 어차피 사화라는 한정된 역사사실을 기준으로 본다면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지 모른다. 분명 이 책을 읽을 이는 사화에, 또는 조선의 역사에 흥미가 있어 읽을 터, 그렇다면 전혀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힐 책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