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법칙
로저 도슨 지음, 박정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학 초기. 멋모르고 설문조사 한답시고 끌려간 곳에서 책을 구매하라는 어이없는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생애의 첫 상경에 이곳저곳도 구분 못해 나의 이성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던 덕택인지 나는 그만 설득 당하고 말았다. 분명 처음은 간단한 인터뷰였는데, 어느새 장면은 그걸 잊고 열심히 광고를 듣고 앉아 있는 나 자신으로 탈바꿈해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내가 왜 이랬지? 라는 생각으로 본사에 전화를 걸어 그 사람과 연결해 달랬더니 비밀상 안된단다. 옳거니, 끝이다. 이제 바로 환불 태세로 들어간다. 환불을 안해주려 버티려던 회사원에게 내가 미성년자란거 아느냐? 이러쿵저러쿵, 알지도 못하는 법적 지식을 아는냥 쫑알쫑알 뱉고 있었더니, 보통 부탁을 하는데 몰아세우면 되느냐고 한다. 대체 나의 자세에 무슨 자세를 바라냐고, 그러곤 바로 환불해 버렸고 그 뒤로는 광고를 목적으로 나에게 접근하는 사람은 지나친 냉대를 면치 못한다.

그 사람들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분명 설득의 기술은 뛰어났다. 금방 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를 순식간에 매료시켜 버렸으니. 로저 도슨의 <설득의 법칙>에 의하면 그 사람은 유머의 기술, 유대감의 법칙. 등등을 정말 절묘히 쓴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득이 끝난 후의 '산 정상에서 데려오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그런 비참한(!) 말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물론, 나를 '산 정상에서 데려내려' 왔었어도 설득이 끝까지 유효했을까하는 의문은 들지만, 한 사례로 본다면 해석에 큰 공감이 간다.

보통 독자들에게 변화를 주고자 하는 계발서들은 읽을 때는 공감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깨끗이 잊어버리기 일쑤다. 왜 그럴까? 계발서들은 원론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계발서들은 독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항시 제시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일상에서 잊어먹고 살기 쉬운 것들을 이런 책들이 다시금 제시해 주기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은 할지라도 그 실천과 계발에는 어려움이 따르기에 '원론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이다. 이 원론적이라는 비난을 면하려면 계발서는 '무엇을'에서 벗어나 반드시 '어떻게'를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그저그런 수준으로밖에 머물 수 없다.

로저 도슨의 <설득의 법칙>도 대체로 '무엇을'에 치중을 하는 듯 보였다. 2부까지는 대부분 '무엇을'만을 서술하여 여타의 계발서와 다를 점이 없다는 생각이었는데 3부에서는 그 '무엇을'을 '어떻게'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해 놓아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책으로 변모했다. '유머, 카리스마를 가지는 법' 등은 이상적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서술해 놓았기 때문에 그 빛이 나는 것이다.

다만, 제4부는 차라리 읽지 말고 덮어 버릴 것을 하는 생각이 팽배했다. 예로, 고객이 제품 설명을 듣고 형편없다며 화를 낼 때, 점원은 이렇게 하란다. 절대 비아냥거리지 않게 '그럼 고객께서 더 잘 만드실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럼 '그래요, 사실 난 이 제품을 만들었었어요' 등 고객의 허심탄회한 말을 들을 수 있단다. 여기서, 저자는 아주 순수한 인물이거나 순수한 인물만을 만나 왔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서양과 동양의 정서의 틈은 메울 수 없을 만큼 너무 크다는 결론밖에 내지를 못하겠다.

일반 계발서가 '무엇을'에만 치중하여 읽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설득의 법칙>은 '어떻게'까지 서술을 해주어 어느정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다만, 설득하는 주체로 판매사원 등 고객을 상대로 하는 입장에서 서술을 하여 독자들의 일상생활에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 같기에 책을 읽고 설득의 실력이 향상돼 변모하는 모습 같은 것은 얻지 못할게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자신이 '이렇게 설득을 당했구나'고 생각을 해 본다면 또 다른 면의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계발서들을 보고 읽기만 하면 나도 된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조그만 도움 하나라도 건지는 게 올바른 목적이라 보는 나이기에 그 정도의 도움이면 많은 것을 얻어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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