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 상상을 초월하는 33인의 유쾌한 발상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상상이란 주제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원고 청탁서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상의 매력인 다양성과 신선함이 사라진다.' <상상>의 기획일지 중 한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나의 생각의 끈을 잡아 끄는 것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상상의 매력인 다양성과 신선함이 사라진다.'이다. 바로 지금, '명확한 방향'과 '다양성'이라는 두가지 조건의 조율이 여기 이 <상상>에서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기획의도 또는 나아갈 방향점은 33인의 유쾌한 발상이란 구심점이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의 의도 또한, 33인만의 기발한 머릿속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한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의 이 의도는 앞서의 명확성과 다양성 사이의 아쉬운 조율 속에 조금은 무너지지 않았나 한다.

'인간이 잠을 자지 않는다면?', '이혼하는 사람들은 부조금을 반납하라', '전유성의 기발한 몇 가지 아이디어' 등등은 정말 유쾌한 발상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 네가 사랑하는 목성이 태양계 최대 행성이고, 1등성의 약...(중략).... 이렇게 분석하는 게 싫어. 유성이 흐를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간직하고 싶지. 지구 밖에서 얼음이나 작은 바위 덩어리가 날아와 지구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뜨거워지면서 빛을 발하는 거, 바로 혜성의 조각이 유성이란 걸 기억하고 싶지 않아.' 처럼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 공명을 울리려는 글도 다분히 살아 숨쉬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을 제외한 몇몇의 글은 상상이란 체계가 던져줄 수 있는 발랄함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문체로 지루한 맛을 던져 주었고, 또 몇몇의 글은 다양성에 너무 중점을 준 탓인지 상상을 하라고 했더니, 상상이 지니는 의미 - 포스트 지구화, 유토피화 등등 - 와 그것에 따르는 해석과 과제를 던져 주고 있었다.

물론 그런 글이 부실하다던지, 인정할 수 없는 빈약함을 지니는 것은 결코 아니나, 책에서 강조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33인의 유쾌한 발상'이라는 문구와 비교했을 때는 뜨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상>이라는 책 속에 그런 글이 실려있음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긴 했지만 그닥 유쾌하진 못한 것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다양성을 중시하려고 했다지만 어찌 이 정도의 조율도 하지 못했나 싶은 지경이다.

33명의 글 중 일부는 확실히 나의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유쾌하고 기발한 발상이었기에, 그 만큼 남의 상상을 즐기는 기쁨을 누릴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의 전체적 분위기와는 다른 논문적 글들이 그 유쾌한 기분의 연속에 찜찜함을 남겨버렸는데, 차라리 삭제 해버리는게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보기드문 기획 속에 대단한 기대감으로 접해본 그 결과물은, 당초의 의도마저 실망스럽게 만들어 버리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 나오는 것이었기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기획의도와 작가 사이에 조율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신경을 썼었더라면 참신한 걸작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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