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
로이 H. 윌리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더난출판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 현실에 안주하여 지금에 만족하며 사는 것
- 나 자신을 돌아보고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이 두 명제 사이에 이는 끊임없는 갈등의 파장.

쉼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의 체계 속에서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가 과연 그 어지럽게 돌아가는 틀을 깨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잠시 쉼으로 주변의 매커니즘은 한없는 정체와 혼란을 겪을 것이고 그 혼란의 야기는 바로 나의 위치를 박탈당하는 결과로 치닫는 스피드시대에서 그 위치를 잠시 떠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에서 주인공은 흔히 지식층, 엘리트층이라 불리는 변호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항상 손수건을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반딱이는 구두를 신고 언제나 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아주 정신없이 바쁘지만 고급스럽고 만족스러워 보이는 삶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지적이고 대단해 보이는 삶에서는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도 없어 보일뿐더러 굳이 그렇게 해야할 필요성조차도 실상은 찾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외면적으로는 완벽스러움을 가지고 있어 보이는 삶도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을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가 보여줌으로써 현실과 자신의 갈등 체계 속에 구심점을 제공해 주었다.

작품 속의 변호사의 모습은 무엇인가가 결여된 반쪽뿐인 자신이었다.-주인공과 비글에게 주어진 이름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 진다- 반쪽뿐인 불완전한 자신이었기에 변호사는 역경이 닥치자 말자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말았는데, 결국은 완벽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 내면은 알맹이는 없는 위태로운 껍질일 뿐인 것을, 그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에 드러낼 외경심은 실상은 별게 아니란걸 그 모습에서 다시 한번 드러내 보여 주었다. 결국은 무엇인가?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 속의 여행은 실상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내면을 향한 여정이란 게다.

인생이란 자신을 알아가고 또 자신을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한정된 여행이다.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을 새로이 발견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 인생의 궁극적 목표중의 하나란 것을,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깨달음을 던져 준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인해 우리는 내면으로 향한 여정을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채비를 갖춘 것이다. 그동안의 인생이란 한정된 여행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어떤 사고를 지니고 있었는가?

진정한 자기 모습은 내버려둔 채, 근시안적인 만족만을, 근시안적인 적응만을 위해 한정된 여행의 시간을 소비하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변호사가 손수건을 사각형으로 접고, 구두를 닦고 정확히 시간을 지켰는지 안절부절 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 엉덩이가 까발려지고 구두가 더러워진 것을 보고 허탈해 하고 마는 변호사의 모습에서 그것이 인생 속에서 얼마나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의미를 지니는지 알았다. 근시안적인 모습을 모두 져버리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노력은 힘들지라도 보상은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것이다.

일시적인 만족을 쫓을게 아닌 자신의 궁극적 의미가 숨쉬는, 그 도달점을 알아가는 것. 그 도달점이 바로 데스티나이였으며, 그 곳의 존재 의의가 우리는 왜 자신의 비글을 찾아 떠나야하는지에 대한 답안을 아스라이 들려준다. 자신의 비글을 찾아 떠나는 내면의 여행, 결국 본연의 나 자신을 찾는 것과 동의어인 그 인생의 통과의례적 시련.

이 책이 던져준 그것을 생각해 보는 것은 오직 읽는 이의 몫일 게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나름의 인생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개개인의 가슴속에 <내 비글은 어디에 있을까>가 지금을 반성하는 교훈이 될 것인지, 한낱 쓸모 없는 파지 묶음으로 전락해 버릴 것인지에 관한 물음. 결국 내면의 여행을 위한 첫걸음을 땔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에 대한 또 다른 선택이 독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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